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이란 대통령 사망과 이란 민심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세나연구소 교수

헬기 추락, 권력암투·음모설 불구

'사고' 결론땐 중동 정세영향 미미

내달 대선 최종출마자 면면에 촉각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세나연구소 교수박현도 서강대 유로메세나연구소 교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 이란의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헬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란의 정정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해 직접 이스라엘 영토로 330여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부으며 보복했고, 이에 다시 이스라엘이 맞대응 공격을 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이란 당국은 “만에 하나라도 불순한 세력이 개입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까지의 발표에 따르면 헬기가 높은 지역에 부딪힌 후 불이 붙었고 잔해에 총탄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 악천후와 낡은 기체가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행 헬기에 타고 있던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대통령실장이 인터뷰에서 당시 기상이 좋았다고 하면서 음모설에 가속이 붙었다. 사고가 난 산 절벽 인근에 작은 구름 조각이 보였지만 대통령 헬기가 뒤따르던 두 대의 수행 헬기에 고도를 올리라고 할 만큼 정상적 운항이었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정작 고도 상승 명령을 내린 대통령 헬기는 구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악천후에 따른 사고가 아니라면 차기 최고지도자를 두고 라이시를 정적으로 여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지지 세력이 벌인 일이라는 국내 권력 암투설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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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이스라엘과 무척 친한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맞댄 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의 소행일 것이라는 외부 세력 개입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이 아제르바이잔에서 라이시가 탄 헬기의 전자 장치를 교란해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 음모설의 진위를 밝힐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헬기 사고를 두고 국내외 세력 개입 음모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란이 직면한 국내외 정세가 혼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라이시의 죽음이 단순 사고냐, 아니냐가 이란의 행보를 크게 좌우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단순 사고가 아니라 불순한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고 해도 밝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맞대응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악천후에 따른 사고사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고 중동 역내·외에 미치는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초유의 대통령 유고 사태로 이란은 6월 28일 임기 4년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누구나 입후보 등록은 할 수 있지만 최종 출마자를 결정하는 헌법수호위원회에 변화가 없는 한 강경 보수 라이시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라이시보다는 더 유연하지만 현 체제에 도전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권을 거머쥘 것이다.

개혁파는 헌법수호위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렵다.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는 최고지도자가 6명의 이슬람법 전문가를 직접 임명하고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 일반법 전문가 6명을 추천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6월 11일 헌법수호위가 발표할 출마자의 면면을 보면 최고지도자의 의향과 이란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총선(42.57%), 2021년 대선(48.48%), 2024년 총선(40.64%) 투표율로 강경파가 장악한 정국을 향해 불만을 표출한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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