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大상속 시대


최근 TV에서는 신탁 상품 광고가 부쩍 늘었다. 은행·증권 등 금융권은 자산 운용과 관리는 물론 상속 집행과 유산 정리, 절세 전략까지 짜주는 원스톱 신탁 서비스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상속·증여세가 더 이상 ‘부자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올랐는데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법은 1997년 전면 개정 이후 30년 가까이 거의 그대로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대기업 최대주주는 할증 때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기초 공제액은 2억 원에 불과하고 과세표준이 1억 원 이하여도 세금이 10% 붙는다. 최근 서울 아파트의 중위 거래 가격이 9억 500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산층 세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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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2022년 상속세와 증여세 결정세액은 각각 19조 3000억 원, 8조 4000억 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12배·3배가량 폭증했다. 상속세 부과에 불복해 조세 심판을 제기한 건수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 폭탄’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 상속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한국도 2031년부터 상속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앞으로 10년 내 대(大)상속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과도한 상속세는 개인에게도 부담이지만 소비 위축, 부유층 이민 등을 촉발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창업자들이 빠르게 고령화하는 가운데 최대주주들이 높은 상속세를 부담하느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기업 밸류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상속세수가 1조 원 늘어날 때 경제성장률은 0.6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자 감세’ 운운할 것이 아니라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정도로 낮추고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최형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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