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가이드라인 내놓긴 했는데…외계어 아파트 이름 ‘요지부동’

서울시,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 발간

3개월째 시장에서는 반응 없어


지나치게 길거나 외국어가 잔뜩 섞인 정체불명의 아파트 이름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를 개선하겠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내년까지 입주나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상당수가 여전히 영어는 물론 라틴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을 섞은 단지명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일부 건설사들은 오히려 기존의 브랜드명을 버리고 영어로 뒤범벅된 브랜드명을 새로 내놓는 등 아파트 이름 개선은 요원한 모양새다.

27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분양을 앞둔 아파트 단지들 상당수가 외국어 등을 섞은 단지명을 채택했다.



내년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 예정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는 소재지와 현대건설의 브랜드인 디에이치, 영어 ‘클래스(class)’에 최상급을 뜻하는 ‘-est’를 합성해 탄생했다. 현대건설이 올 하반기 분양할 예정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에서 ‘에델루이’는 ‘고귀하다’는 뜻의 독일어 ‘에델(edel)'과 ‘빛나다’는 뜻의 프랑스어 ‘루이(luire)'를 합성해 만들어졌다. 삼성물산은 라틴어와 스페인어, 영어를 모두 섞은 단지명을 내놓고 있다. 올 7월 강남구 도곡동에서 분양 예정인 ‘래미안레벤투스’의 경우 삼성의 브랜드 ‘래미안’에 라틴어로 ‘귀환’을 뜻하는 ‘레벤투스(reventus)'를 합친 이름이며, 서초구 방배동에서 분양 예정인 ‘래미안원페를라’는 영어 ‘원(One)’과 ‘진주’를 뜻하는 스페인어 ‘페를라(Perla)'의 합성어다. 이 밖에도 DL이앤씨가 강동구 성내동에서 분양하는 ‘그란츠리버파크’는 영어 ‘Great’, ‘Life’, ‘A and Z’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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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단지명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명도 외국어로 도배되고 있다. 자녀의 이름 ‘보라’를 넣은 브랜드 ‘유보라’를 사용하던 반도건설은 최근 4개의 영어 단어(Kind·Admirable·Valuable·Excellent)의 앞글자를 딴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카이브 유보라’를 내놓았다. ‘어울림’ 등으로 잘 알려져있던 금호건설 역시 3개의 영어 단어(ART·TERRA·ERA)를 조합한 ‘아테라’를 선보인 상태다. HL D&I 한라도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Everyone's Favorite, Complete)라는 뜻의 ‘에피트’를 발표하며 기존의 브랜드 ‘비발디’를 대체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시의 올 초 발표와 상반되는 모양새다. 시는 올 2월 말 생소한 외래어로 뜻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것은 물론 너무 길어 기억하기도 힘든 아파트 이름에 변화를 주겠다며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발간했다. 시는 아파트 단지의 입지 특색과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 앞뒤에 붙이는 애칭(펫네임) 때문에 이름이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단지명을 지을 때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고유지명 활용하기 △애칭(펫네임)사용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등의 가이드를 제시했다. 시는 이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학계 전문가‧조합‧건설사 등과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마침내 DL이앤씨와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9곳의 건설사가 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재 등장하고 있는 단지명은 이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라며 “특히 조합원들도 소위 있어 보이는 단지명을 선호하다 보니 갑자기 이전과 다른 형태의 단지명을 제안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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