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북동부 벵골만에서 올해 처음으로 발생한 대형 사이클론이 방글라데시와 인도 해안지역을 강타해 최소 16명이 숨졌다. 필리핀에서는 올해 첫 태풍으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사이클론 '레말'이 방글라데시 남부 몽글라 항구와 인도 서벵골주(州) 사가르 섬 해안지역에 상륙, 폭우를 동반한 채 최대 풍속 135km로 통과했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에서는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이 대피소로 가던 중에 숨지거나 붕괴된 주택과 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레만이 통과하면서 19개 지역에 걸쳐 주택 약 3만5000채가 파손됐고 11만5000여 주택은 부분적으로 부서졌다고 밝혔다.
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비롯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겼고 어장과 나무들도 대거 파괴됐다.
방글라데시에선 약 300만명이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통신타워 약 1만개도 강풍에 영향을 받아 수백만명이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방글라데시 피해지역과 인접한 인도 서벵골주에서는 4명이 감전사하는 등 6명이 숨졌다.
서벵골주에선 최소 1200개의 전신주가 쓰러지고 300여채의 오두막집이 파괴됐다.
서벵골 주도 콜카타 시내 거리 곳곳이 침수됐다. 다수의 담이 붕괴되고 가로수도 파손됐다.
다만, 콜카타를 오가는 항공편 50여편이 레말 상륙으로 취소됐지만 레말 통과 후 운항이 재개됐다. 시내 열차 운행도 다시 시작됐다.
앞서 방글라데시와 인도 당국은 레말 상륙에 대비해 각각 80만여명, 11만여명을 대피시켰다.
인도양, 남태평양 등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은 벵골만에선 매년 5월부터 형성돼 인도와 방글라데시, 미얀마 해안지역 등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올해 제1호 태풍 '에위니아'에 따른 강풍과 폭우, 높은 파도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북부 루손섬 케손주 해안 지역에서 생후 7개월 남아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또 케손주에서 오두막에 사는 50세 농민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이밖에 강풍에 곳곳에서 전선이 끊어지고 발전소 9곳이 문을 닫았고, 발전소 12곳은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수천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필리핀 에너지부가 전했다.
에위니아는 이날 오전 시속 140㎞에 이르는 강풍을 동반한 채 시속 15㎞의 속도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지 기상당국은 에위니아가 이날 오전 현재 루손섬 북부에서 동쪽으로 약 315㎞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으며, 일본 남쪽을 향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당국은 이처럼 에위니아가 필리핀에서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날 필리핀 여러 지역에 50∼100㎜의 폭우가 내려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