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험의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제3보험 상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장기보험의 손해율 상승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 손해율은 84.9%로 전년(78.8%)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치는 보험사가 거둬들인 원수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된 액수의 비중을 나타낸다. 예컨대 1억 원의 보험료를 거둬 750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면 손해율은 75%이다.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상해보험에서 2조 508억 원 정도의 보험료를 거둬 1조 7401억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질병보험 손해율도 상승했다. 질병보험 손해율은 2022년 75.4%에서 78.9%로 3.5%포인트 올랐다. 300억 원의 보험료를 받아 237억 원 정도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제3보험은 위험 보장이 목적으로 사람의 질병이나 상해, 또는 간병 등에 관한 보험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손해보험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보험 상품으로 질병이나 상해보험이 대표적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제3보험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생보사들이 추진할 핵심 과제로 제3보험 상품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율 상승은 보험사들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손해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거둬들이는 보험료에 비해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게 되면 새로운 보장을 추가하거나 기존 보장을 확대하는 데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을 예로 들면 80% 초중반대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손해율이 높아져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결국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장을 확대할 수가 없다”며 “제3보험도 마찬가지로 보험사들이 쓸 돈이 줄어드니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3보험 시장은 손해보험사가 선점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질병보험 시장은 손보사가 70%, 생보사가 30% 정도를 차지하며 상해보험 시장은 손보사가 67%, 생보사가 32%의 점유율(2022년 계약건수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생보사에 손해율 상승은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3보험 관련해서 손보사들은 충분한 경험 통계가 있지만 생보사들은 경쟁력 있는 경험 통계가 부족해 손해율 관리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험 통계가 부족하면 위험률이나 보험료 산출이 정교할 수 없게 된다”며 “경험 통계가 풍부한 손보사의 장기보험 손해율이 급등한 것은 생보사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