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자본농업’과 농업금융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업의 자본 의존이 꾸준히 커왔다. 1990년 이후 경지 면적과 노동 시간에 대한 자본 투입이 각각 7배, 10배 증가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자본 농업’을 부추겼다. 시장 개방 대응으로 정부가 투융자 정책을 크게 쓴 때문이다.



요즘 농업 자본 증가는 더욱 가파르다. 스마트팜 확산이 한 원인인데 앞선 5년 동안 원예는 160%의 면적, 축산은 480%의 농가 수 확대를 보였다. 생산량 증가, 품질 향상, 소득 증가, 노동력 절감 등을 스마트팜 도입 성과로 평가한다. 첨단 기술 활용,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확보 등 자본 농업이 될 이유는 더욱 많다. 그만큼 농업 금융도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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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금융 이론은 ‘자본 제한’을 말한다. 농업의 특수성으로 사회 적정 수준보다 낮은 자본을 농업에 할당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선진국도 농업 자본 공급은 정부 정책금융에 크게 기댄다. 한국도 그렇다. 금리 혜택을 주는 저리 자금 융자,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확보를 돕는 신용보증제도 등 간접 금융이 한국의 주된 정책금융이다. 농업 경영체는 투자 대상 기업이 되기가 어려워 출자·투자 같은 직접 금융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 ‘농식품 모태펀드’가 있다. 농식품 분야 정책금융에서 유일한 직접 금융 제도다. 농식품 기술 기업 등장, 농업 경영체 구조 변화 등 미래 농식품 변화에 대응해 2010년 도입했다. 기술 금융 확대와 농식품 산업 혁신을 위해 융자 중심의 간접 금융에서 출·투자 중심의 직접 금융을 시도했다. 시대 변화를 읽은 대응이었다. 그래서 모태펀드는 큰 기대를 받는다.

이제 첨단 기술 기업 육성은 농식품 산업 성장 전략이 됐고 모태펀드는 그 전략 실행의 정책 수단이 됐다. 따라서 유일한 직접 금융 정책 수단으로서 모태펀드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간다. 이러한 때에 모태펀드 관리 기관 이전이 예고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관리 기관 이전이 이토록 시급한지 좀 의아하다. 농식품 산업 성장 정책과 연계가 약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시기의 적절성, 정책 수단으로서 중요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아무래도 간접 금융은 자금 안정 관리가 우선이다. 기술혁명 시대에 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 성장에 주목하며 고위험·고수익의 모험 투자에 도전하는 직접 금융이 필요하다. 모태펀드는 그런 기대로 출발했다. 아무쪼록 농식품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산업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 모태펀드 관리 체계를 바란다. 정부와 국회가 우선 나서야 할 또 하나의 미래를 위한 정책 기반 구축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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