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최대 생산국 브라질이 악천후와 전염병으로 오렌지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서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생산량 급감에도 오렌지 소비가 줄지 않으면서 관련 업체들은 오렌지를 대체할 품종 찾기에 나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농축 오렌지 주스 원액 선물은 1파운드(0.45㎏)당 4.9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오렌지 주스 선물은 2022년 말 미국 주요 재배지인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피해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이후 세계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에서 기후변화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꾸준히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의 오렌지 주스 생산량은 1700만 상자로 20년 전 2억 4000만 상자와 비교하면 92.9% 감소했다.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 브라질 역시 고온 현상과 강우량 부족으로 올해 생산량이 2억 3200만 상자(추산)로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농업전문은행 라보뱅크의 안드레스 파딜라 애널리스트는 "미국 남동부 오렌지 과수원의 40%가 감귤류 녹화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농부들이 평소보다 일찍 수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렌지 맛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국제과일및야채주스협회(IFU)에 따르면 오렌지 공급 부족 사태는 글로벌 오렌지 주스 산업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오렌지 주스 제조업체들은 지난 시즌 수확한 오렌지를 냉동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지만 3년 연속 공급이 줄어들면서 비축량이 고갈된 상태다. 반면, 일반의약품을 통한 비타민C 복용량이 늘면서 감소하던 오렌지 주스 수요는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오렌지 주스 가격 인상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업체들은 오렌지를 다른 품종의 과일로 대체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평소 오렌지의 90%를 브라질에서 수입해온 일본에서는 수퍼 엔저로 수입 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IFU는 음료에 오렌지 이외의 감귤류 과일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제 절차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국가 차원의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키스 쿨스 IFU 회장은 "한파와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상황에서도 현재와 같은 가격을 본 적이 없다"며 "오렌지 부족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다른 종의 과일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더 탄력적인 귤로 주스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