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산업구조 개편이 필수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데이터 활용은 쉽지 않다. 금융·의료·공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일부 영역에서만 허용했던 마이데이터 사용을 의료·통신·유통 등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보험사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9월부터 개방되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활용 기관에 보험사 참여가 허용돼야 하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업계와 정부는 의료 데이터가 민감 정보임을 감안해 기술 수준 및 전문성, 안전성 확보 조치 수준, 재정 능력 등의 요건을 심사해 ‘특수전문기관’으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강보험공단 등의 데이터 활용 등에 제한이 있었지만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면 고령층 등의 맞춤형 보험 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경우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시니어 분야다. 2022년 장기요양수급자는 102만 명으로 2008년의 21만 명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니어들과 관련한 다양한 보험 상품 니즈도 커지고 있다. 고령층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다양한 보장 상품 개발이 가능해 국민들의 노후가 훨씬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마이데이터가 개방되면 맥박·혈당·운동량 등 개인의 건강 정보는 물론 의료기관의 진료 기록, 처방 내역 등까지 활용이 가능해진다. 업계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각 보유한 데이터 3조 4000억 건과 3조 건을 활용해 보험사의 사업 분야를 실버 산업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 가구 증가로 요양시설, 실버 주택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보험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를 차량 등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내년 9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는 ‘데이터법(Data Act)’은 커넥티드카 등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 활용을 보험사와 정비 업체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 블랙박스, 차량 주행 정보, 부품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 비용 절감, 맞춤 보험료 책정, 신상품 개발 등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정보가 부족한 자율주행차와 드론·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미래형 보험 상품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의 활용은 세계적·시대적 흐름인 만큼 데이터를 봉쇄하고 활용을 제한하기보다는 안전한 이용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 개방 및 반출 계획에 따라 관계자 논의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