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뷰티·식품 쇼핑몰인 마켓컬리(컬리)와 제주항공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일부 기업은 수년째 위반 대상으로 공고되고 있음에도 벌금만 내는 식으로 법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일·가정 양립 문화 확립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0일 ‘2023년 기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이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25개 사업장의 명단을 1년간 복지부·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라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은 총 1639 곳이다. 이 중 1120곳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고 406곳은 위탁보육을 통해 의무를 이행했다. 복지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이 개별 어린이집과 계약을 맺고 근로자 자녀의 30% 이상에게 보육을 지원할 경우 법적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본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장 113곳 중 88개소는 명단 공표 제외대상이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설치 대상이 된 지 1년 미만 △설치 중 △상시근로자의 보육수요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미이행 대상으로 공표하지 않는다.
이번 공표 대상에 오른 25곳의 기업 중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미이행 대상으로 선정돼 공표된 사업장은 컬리, 다스, 코스맥스, 한영회계법인 등 총 8곳이었다. 다스와 제주항공의 경우 보육 대상인 영유아 수가 각각 298명, 782명에 달했지만 보육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다스와 한영회계법인의 경우 2015년 이후 8년 연속 미이행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무 미이행 기업을 대상으로 이행명령과 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행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이행명령을 두 차례 이상 불이행하면 연 2회 매회 1억 원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미설치 기간이 누적되면 강제금 50% 가산된다. 다만 강제금을 부과해도 각 기업으로서는 연간 3억 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운용하는 비용보다 벌금이 더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무신사가 이같은 이유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자 위탁보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직장어린이집은 이용 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일·가정 양립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명단 공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더 많은 직장어린이집이 설치되도록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역시 “미이행 사업장에 설명회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상생형 직장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고용부는 기업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6억 원의 설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후 직장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 대해서도 1인당 월 최대 60만 원의 인건비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