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국민연금 조기 수령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노후 대비 없이 오래 사는 것은 단명만큼이나 큰 위험이라는 얘기다. 2001년 76.5세였던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2년 82.7세까지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도 2.1년이 길다. 오래 살 걱정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바로 ‘연기 국민연금(노령연금)’이다. 최대 5년까지 수령 시기를 늦추면 원래 연금액의 36%를 더 얹어주는 것이 연기 연금이다. 노후의 생활비·병원비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반면 요즘에는 국민연금을 정해진 나이보다 앞당겨 받는 ‘조기 국민연금’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다. 조기 연금 수령자는 올해 1월 기준 86만 4959명으로 지난해 1월 76만 4281명보다 10만 678명이 늘었다. 내년에는 107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 연금과는 반대로 조기 연금을 받게 되면 수령액이 깎인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도 생활비로는 부족해 ‘용돈 연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보다 더 적게 받으면 손해가 크다. 다만 조기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이상 연금을 납입해야 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이하의 소득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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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연금’이라고도 불리는 조기 연금의 신청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최근 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1차 연금 개혁에 따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13년부터 5년마다 한 살씩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연금 수령 시기가 63세로 한 살 밀렸으며 2033년에는 65세부터 받게 된다. 소득 공백이 생긴 노년층이 늘면서 조기 연금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연금 고갈 논란도 조기 수령 분위기 확산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금 수령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가급적 빨리 받자”는 인식이 확산되는 셈이다. 22대 국회는 ‘더 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연금 개혁을 서둘러 기금 고갈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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