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가치저장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저변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30일 서울 성수동 피치스도원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4’에서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긍정적 효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의 대규모 채택에 ETF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물건이 화폐가 되기 위해선 △가치저장 △교환회계 △가치측정단위의 3가지 기능을 차례로 습득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첫 단계인 가치저장 수단으로 수용되는 과정에 있다”며 “이 과정에선 ETF 등을 통한 비트코인의 대규모 채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진종현 쟁글 시니어 애널리스트도 현물 ETF의 상장이 비트코인이 자산 유형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 애널리스트는 “ETF를 위해 블랙록 등 발행사와 현물과 ETF 간 차익 거래를 위한 시장을 조정하는 증권사, 수탁 업체 등이 참여하며 전통금융에서 비트코인을 떼어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소 신청서가 승인된 것도 가상자산이 자산군으로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진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억제하는 정책이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기조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사업자 대상 소송에 합의하거나 소송을 취하하는 움직임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반기 ETF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것과 맞물려 표심을 얻기 위한 극단적 대선 공약이 나오면서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비 규모가 작은 홍콩 가상자산 ETF도 중국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양지화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센터장은 “직접적인 투자는 어렵겠지만 미국과 달리 홍콩에선 달러를 통한 주식 발행뿐 아니라 기초자산 반납을 통한 주식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홍콩으로 들어온 기관 자금이 ETF로 들어올 수 있다”며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중국 고래 투자자들이 홍콩 비트코인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자산이나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 승인을 계기로 제도권에 들어온 비트코인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진 애널리스트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자산인 금 대비 비트코인의 상대적인 매력을 고려해 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총 공급량을 연간 신규 공급량으로 나눠 희소성을 측정하는 가치평가 모델 ‘스톡 투 플로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반감기 이후 금 대비 2배가 됐다”고 언급했다.
정 센터장은 가치 평가 모델의 목적은 가격 예측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다며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여 수준을 반영한 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 평가의 경우 네트워크 활성화를 보여주는 지표인 온체인 데이터와 지갑 수 등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주식은 등장한 지 300년 후에나 가치평가 방식이 나온 만큼 비트코인 가치 평가 방식도 점차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