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향한 감독 전문성 부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부처 내에서는 여전히 전문가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전문 공무원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직·전문직위 제도가 존재하지만 새마을금고 감독 등 금융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오히려 배제돼 있다.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담당자가 일반 직무처럼 1~2년마다 수시로 바뀌는 순환 보직 대상으로 취급되면서 전문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금융지원과에는 과장 이하 직원 17명 가운데 민간 경력자 3명을 제외하면 공무원 5명(서기관 2명, 사무관 3명)이 새마을금고 업무를 맡고 있다. 전국 1288개 개별 금고 관리·감독을 공무원 5명이 나눠맡고 있는 셈이다. 관리·감독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사 교체까지 자주 발생하면서 전문성은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를 육성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지만 관련 제도가 외면받는 실정이다. 행안부 인사 관리 규정에 따르면 행안부가 지정한 전문직에 새마을금고를 관할하는 지역금융지원과는 포함돼 있지 않다. 중앙 부처 공무원 인사제도를 관할하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임용령에 근거해 공무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직 및 전문직위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전문직에는 재난 관리와 법의만 있을 뿐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금융 업무는 빠져 있다. 재난 관리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재난안전정보센터·재난관리정책국·자연재난대응국·사회재난대응국·재난복구지원국 등 재난 관련 실국 산하 부서에서 일한다. 법의 전문직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하는 법의관 등을 말한다.
전문직위군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업무 분야나 직무 수행 요건 등이 유사한 전문직위 간 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4년 전문직위군제도를 도입했다. 행안부는 정보화, 재정 세재, 조직 인사, 지방 제도, 국제 협력, 지역 발전, 정부 혁신, 재난 안전 분야를 전문직위군으로 지정했지만 새마을금고 업무는 여기서도 배제돼 있다. 지난해부터 행정 전산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보화 관련 전산직 전문직위가 일부 추가된 반면 새마을금고 업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직이나 전문직위는 부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지정할 수 있지만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인사제도 개편에 미온적이다. 공무원 임용령은 부처 장관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를 전문직위로 지정할 수 있고 매년 상·하반기 한 번씩 인사처 협의를 거쳐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새마을금고 업무가 전문직과 전문직위군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새마을금고 감독이 재난 안전이나 조직 인사 등에 비해 부처 내 비주류 업무인 데다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업무 1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문직위군에 포함되면 가점·수당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8년간 나올 수 없고 승진 기회도 적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검사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인사제도 개선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다. 공무원 임용령에 두고 있는 한 보직에서 3년간 일해야 한다는 필수 보직 규정의 경우 주요 국정과제나 긴급 현안 업무 수행 시에는 언제든 이동할 수 있어 실제로는 1~2년 만에 바뀌기 일쑤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문직위군은 상·하반기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 지정하게 돼 있다”며 “새마을금고 업무를 전문직위군에 넣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올해 1월 전문직위를 늘리고 장관이 신설한 후 인사처장에게 사후 통보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새마을금고 사례처럼 부처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중요 업무여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전문직위를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수시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한두 달 안에는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