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부터는 국내에서 한국은행 주도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직접 사용될 예정이다. 은행 정산 시간을 단축하고 송금 수수료를 없애 글로벌 결제, 사회적 약자의 금융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BDC가 전통 금융 인프라에 혁신을 불러오는 셈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31일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4’에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2020년부터 CBDC를 연구한 한은은 2022년 15개 은행과 연계해 모의 거래 실험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거래 처리 성능이 예상보다 소폭 줄었지만 실거래에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4분기 기관용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위해 10만 명을 모집한다. 김 팀장은 “(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을 가맹점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예금 토큰은 예금화한 자산이다. 한은이 구축한 CBDC 네트워크에서 각 은행별로 이용자 수요에 맞춰 발행한다. 이용자가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스마트 콘트랙트로 환급·할인을 해주는 바우처 기능도 포함된다. 예금 토큰 사용 기한, 장소 등의 조건을 블록체인에 입력한 뒤 이를 충족하면 자동으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은행 역시 예금 토큰 실거래 테스트에 나선다. 김 팀장은 “현재 은행끼리의 정산은 하루 동안의 거래를 취합해 다음 날 오전 이뤄지지만 예금 토큰은 (블록체인에 내역이 바로 기록돼)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CBDC가 금융 인프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이 끊겨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전·지진 등 재난이나 통신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오프라인 CBDC 카드를 만들어 실험했다”고 전했다. 또 CBDC는 송금 수수료가 없고 속도가 빨라 국가 간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김 팀장은 “국가 간 결제는 속도·비용 측면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며 “사회적 약자의 금융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할 때 수수료(최대 10~20%)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통화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한은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하고 5개 기축통화국, 7개 중앙은행이 참여한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재 CBDC 실거래 구현 전 단계로 시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한국은 대외무역 거래가 활발하고 정보기술(IT)도 발달해 프로젝트에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