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가 상대 진영을 겨냥한 특검법을 잇따라 발의하며 대치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 입법은 물론 당론으로 채택 여부도 불확실한 특검법을 앞세워 여야가 새 국회 임기 시작부터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던 2018년 이뤄진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이 ‘셀프 초청’에 호화 외유성 순방이었다는 논란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초보다 열다섯 배의 혈세를 투입하고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띄워 기내식 비용으로만 수천만원을 탕진했다는 문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숙 특검법은 당 지도부와 상의해 추진된 것이 아니어서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관계된 ‘대북송금 관련 검찰 조작 특검법’으로 맞받아쳤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이 이날 제출한 특검법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허위 진술 강요 의혹 △김 전 회장과 검찰의 구형 거래 의혹 등을 담고 있다. 법안은 ‘반윤(반윤석열)’ 검사로 유명한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대책단을 이끌고 있는 민형배 의원도 “정적 제거,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온갖 조작 수법이 난무한다” 며 “정치검찰이 오늘 특검법 발의 1등 공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 날인 지난달 30일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여기에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혁신당은 이날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도 발의하기로 하는 등 대정부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