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자녀를 낳은 입장에서 ‘역차별’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접한 한 유자녀 부부의 반응이다. 시는 지난달 말 서울의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으로 신혼부부가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며 자녀가 없는 무주택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전세주택Ⅱ를 발표했다. 출산 시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고 20년 후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였다. 입주자 선발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자녀의 수를 가점 기준으로 삼지 않아 이번 정책이 입주 후 출산하는 가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목적도 명확히 했다.
서울시가 나름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체 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없는 만큼 한쪽의 물량을 다른 쪽에 내주는 파이 쪼개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할 정도로 치열한 상황에서 이를 목표로 하던 유자녀 부부 등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43차 장기전세주택 모집은 1순위 접수에서 평균 1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면적 36㎡ 우선공급 월평균 소득 70% 이하 전형은 256.6대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다. 장기전세주택은 소득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 등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일반공급(일반) 외에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노부모 부양자, 2자녀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 70% 이하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급(주거 약자)·우선공급·특별공급을 별도로 진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번 정책으로 인해 여타 물량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저출생이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시가 무자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거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해는 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주거 약자 등이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