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英 노동당 우클릭






영국 노동당은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꺾고 압승해 1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총선을 지휘한 토니 블레어 노동당 대표는 43세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블레어는 2001년·2005년 총선에서도 승리해 세 차례 연속 총리직을 수행했다. 뒤를 이어 고든 브라운도 2010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노동당이 14년이나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좌파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상가 앤서니 기든스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 모델로 제시한 ‘제3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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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자유를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지향한 사회민주주의(제1의 길), 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 등 신자유주의(제2의 길)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새로운 노선이다. 국가 주도 복지의 비효율성과 빈부 격차, 사회 해체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지출 축소, 세금 인하, 사회복지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경제적 역동성 확보 등을 추구했다. 제3의 길은 블레어의 노동당뿐 아니라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독일 사회민주당의 새로운 노선에 영향을 줬다.

영국 노동당이 7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우클릭을 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3일 핵잠수함 4척 건조, 해상 억지력 유지, 효율적인 해상 순찰을 위한 잠수함 업그레이드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 국방 정책을 내놓았다. 국방비 지출 규모도 가능한 빨리 국내총생산(GDP)의 2.5%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는 보수당의 정책 노선에 가까운 파격적인 행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한 뒤 차기 대선 등을 의식해 종합부동산세·상속세 완화 등 우클릭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은 좌우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정책을 원한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가치를 지키면서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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