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일부 부처 장·차관을 교체하는 개각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속 쇄신 의지를 내비치고 부처 분위기를 일신하려면 개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대통령실은 “개각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신중한 분위기다. 인사청문회를 담당할 국회가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철저한 검증 없는 인선은 자칫 잡음만 키울 수 있어 개각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각 준비 상황과 관련해 “통상 업무 수준의 기초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개각을 당장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실제 개각 범위를 검토하며 후보자를 물색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정부 초기 임명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원년 멤버들이 교체되는 ‘중폭 개각’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오래 했다고 일률적으로 자른다는 기준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장·차관의 성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1기 멤버라는 이유로 교체하는 건 쇄신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개각으로 국면을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속도전을 펼치긴 어려운 모습이다. 무엇보다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는 쟁점 상임위원회 배분을 두고 대치하다가 원 구성 법정 시한(이달 7일) 넘겨버렸다.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도 인사청문회를 담당할 국회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상임위 전체에 대해 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강성 성향의 야당 상임위원장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일방 또는 미채택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은 그간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해왔지만 과거와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경우 여소야대 정국이 더욱 꼬인다는 게 부담이다.
여기에 ‘정권 심판론’ 아래 모인 야권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야당의 거센 공세 속 후보자가 자질,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자칫 낙마할 경우 국정 동력만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사 검증에 시간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 인선을 장관보다 먼저 단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4·10 총선에서 참패한 지 이미 두 달이 지났다는 점은 대통령실의 고민거리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자 인선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뚜렷한 쇄신 기조를 각인시킬 수 있는 장관 인선을 단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민생 현장에 보다 다가설 수 있고 정책 역량을 가진 인재를 찾겠다는 방침으로, 이달 10~15일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이후 개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