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위험’에 빠진 아이들

오석환 교육부 차관





1970년에 100만 6645명이었던 출생아가 지난해에는 22만 9710명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줄어든 출생아 수는 결국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학급당 학생 수도 낮아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교실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적 문제, 경제적 어려움, 학교폭력, 이주배경 학생, 경계선지능, 가족 해체 등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먼저 해소되지 못하면 아이들은 교육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 복지 지원, 위(Wee) 프로젝트, 기초학력 3단계 안전망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학생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누적되면서 교육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각각의 어려움이 서로 연계돼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학습 부진, 학교 부적응 등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정책과 법률이 미비해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특히 학생이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경우에는 학교 간 학생 정보가 단절되면서 지원이 중단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2022년 12월 시도교육청과 범부처 합동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 안팎의 자원을 연계해 학생에게 학습 지원뿐 아니라 학습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 마련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 행정 전달 체계를 학생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바꾸는 중이다.

학생 시기에 겪는 어려움을 빨리 찾아서 제때 도와주지 못해 성인이 된 이후 범죄를 저지르거나 고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우리 사회가 부담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학생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지난해 96개 학교가 선도학교를 운영했다. 학교 내 각종 위원회를 학생맞춤통합지원위원회로 통합·운영하고 구성원 간에 민주적으로 소통하면서 학생 지원을 위한 통합예산을 사용했다. 선도학교 운영 보고서를 통해 학생의 어려움이 실질적으로 해소되면서 학생은 학교에 자신을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선생님은 학생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해 학교의 고유 기능인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어 교사로서의 효능감이 높아졌다. 학부모 역시 학교와 가정이 교육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현행 법·제도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학생 지원 이력 정보를 연계하고 이를 위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대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혼자 모든 학생을 감당하지 않도록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함께 모든 학생의 성장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서포터가 되려고 한다. 특히 이를 위한 정책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이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꼭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