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독일이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OHB SE로부터 군용 위성 3개를 21억 유로(약 3조 1140억 원)에 구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12일 예산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주문을 승인할 예정이다.OHB SE는 독일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한 우주항공 기업으로 유럽 업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위성 3개 중 2개는 통신용, 1개는 주파수 확보용으로 파악된다.
앞서 독일 정부는 1만 550톤(t)급 차세대 호위함인 F126 2척을 30억 유로에 추가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2020년 네덜란드 조선업체 다멘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F126 4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2척을 옵션으로 걸어 둔 바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달 초 호위함 ‘니더작센’ 기공식에서 “4척이 아닌 6척이 필요하다”며 추가 구매 의사를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5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항공우주박랍회(ILA)에서는 내년 10월까지 전투기 ‘유로파이터’를 추가로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20대를 구매한다면 40억 유로가 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파이터는 독일과 스페인·영국·이탈리아 등 4개국이 공동 개발하는 전투기로 독일 공군의 경우 현재 138대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독일은 군사력 증강과 장비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숄츠 정부는 연간 정기 국방예산 520억 유로에 더해 군사비 지출을 늘리기 위한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기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다만 독일 정부는 최근 국방비 지출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법제화하려는 계획은 철회했다. 낮은 세수 전망과 엄격한 국가부채 제동 장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