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분만 시 무통주사와 국소마취제인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이 거센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대 입장을 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제왕절개 통증 조절 방법은 행정이 아닌 의료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흔히 '무통주사'라고 불리는 정맥 내 자가통증조절법(PCA)과 페인버스터의 병용 금지와 개인부담금 인상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 일명 '페인버스터'의 급여 기준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번복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일부 개정한다고 행정예고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안에는 '개흉·개복술 등 수술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에 따르면 무통주사 투여 불가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통 주사와 '페인버스터'로 불리는 국소 마취제 투여법을 병용할 수 없게 된다. 예외적으로 요양급여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본인부담률이 기존 80%에서 90%로 높아졌다.
페인버스터는 수술 부위 근막에 별도 기구를 삽입해 국소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기구를 통해 마취제가 지속적으로 들어가 신경을 차단, 통증을 조절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왕절개 등을 통해 분만할 때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제왕절개는 복부와 자궁을 절개하는 큰 수술로, 후산통이 매우 심하다. 겉으로 드러난 산모의 피부 뿐 아니라 그 아래 근육층, 자궁까지 절개하고 절개 부위가 제법 크기 때문에 수술 후 2~3일간 혼자서 일어날 수도 없다. 현장에서는 이런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페인버스터와 정맥으로 투여하는 PCA를 함께 사용해 왔다.
이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저출산 시대라면서 아이를 어떻게 낳으란 말이냐”와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복지부는 전일(11일) 설명 자료를 내고 "당초 행정예고안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중) 1종만 맞게 했지만 2종 다 맞을 수 있도록 하되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선택권을 존중해 달라는 산모와 의사 의견, 앞서 수렴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개정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시행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재검토로 돌아선 것이다.
의사회는 "제왕절개가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큰 수술로, 통증 조절 실패 시 신체 기능 손상, 수면 손실, 모유수유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 2~3일간 일정한 속도로 약을 주입하는 치료법인 페인버스터는 여러 제왕절개 수술 후 통증관리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는 안전하고 유용한 치료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제왕절개 수술 후 통증은 자궁수축으로 인한 훗배앓이와 복부 및 자궁 등 수술부위 통증 등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PCA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는 편이 통증 감소 효과를 증대시킬 뿐 아니라 마약성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부작용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출산율 저하가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가운데 산모들의 출산으로 인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의료기술은 당연히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견해다.
의사회는 "이번 행정 예고는 산모에서 PCA와 CWI 병용을 금지한 것으로 강력히 반대한다"며 "환자 상황에 따라 의료인이 PCA와 CWI의 병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진료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