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로 친숙한 골프존과 카카오VX도 과학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60% 안팎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골프존은 스크린골프를 넘어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캐릭터를 앞세운 게임성으로 인기를 모으던 ‘추격자’ 카카오VX는 적극적인 전략 수정으로 눈길을 끈다. 나란히 이른바 시리어스 골퍼를 타깃 삼아 ‘퀀텀 점프’를 꾀하는 중이다.
_ 골프존
요즘엔 스크린골프 가맹점인 골프존파크만큼이나 ‘GDR’ 간판을 흔히 볼 수 있다. GDR는 골프존 드라이빙레인지의 준말. 골프존이 만든 연습 전용 시설이란 얘기다. 점심시간을 쪼개 골프존파크 연습 모드로 1시간 바짝 연습하곤 하던 직장인들은 이제 GDR 기기로 연습한다.
지난달 점심 때쯤 찾은 골프존 GDR아카데미 강남 센터필드점도 연습에 푹 빠진 직장인들의 열기로 뜨거운 모습이었다. 골프존파크 연습 모드와 GDR아카데미의 가장 큰 차이는 ‘소리’였다. 골프존파크에선 스크린을 때리는 타구음이 쉴 새 없이 들리지만 GDR아카데미에선 비교적 드문드문 들린다.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AI 코치와 소통하는 시간 때문이다.
투어 선수나 레슨 프로나 연습에 있어 늘 강조하는 게 이거 아닌가. ‘많이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적게 쳐도 올바르게 쳐야 한다.’ GDR아카데미에선 이 조언이 아주 잘 지켜지고 있었다.
GDR 사업팀의 송수현 프로를 만나 GDR 속 과학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골프존파크의 연습 모드와 GDR 연습의 차이를 물었다. “일단 센서 자체가 달라요. 연습에 유용한 데이터들을 더 깊숙하고 쉽게 얻으려면 GDR에 들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스크린골프는 천장의 카메라로 클럽을 읽고 GDR는 바닥의 카메라로 볼을 읽는다는 설명이다.
요즘 GDR에서 가장 핫한 기능은 바로 AI 코치다. 골프 레슨 시장에 AI가 도입된 게 어제오늘 얘긴 아니지만 골프존이 만든 AI 코치 기능은 뭔가 다르다. 무엇보다 스크린골프처럼 직관적이고 쉽다.
샷 하나를 하면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각 동작으로 나눠 점수가 쫙 뜬다. “무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구나 정석이라고 수긍할 만한 기본 스윙 모델을 내장해 놓은 거죠. 유저의 관절 움직임을 분석해 동작과 스윙이 기본 모델과 얼마나 가까운지 따져 보기 쉽게 점수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필드에서도 유용하다. GDR 애플리케이션에서 AI 코치 모드를 켜고 샷을 촬영하면 즉각 스윙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첫 홀에서 나온 미스 샷을 다음 홀에선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다. 필드에서의 샷 영상 분석은 고스란히 저장돼 추후 GDR아카데미를 찾았을 때 트레이닝 모드에 도움을 준다. 필드 라운드 때 잘 안 됐던 부분을 집중 연습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송 프로는 “현재는 스윙 자세에 대한 분석과 코칭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내년쯤엔 구질 개선에 대한 피드백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며 “트랙맨이나 GC쿼드처럼 전문가용 수준의 실외 연습장 전용 센서를 개발할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_ 카카오VX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브랜드인 프렌즈스크린은 무엇보다 캐릭터로 유명했다. ‘국민 캐릭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18종의 모션과 사운드를 적극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게 인기 요인이 된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선 ‘경기’보다 ‘게임’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었다. 스크린골프가 ‘완벽에 가까운 필드골프 대체재’이길 바라는 골퍼들의 평가였다.
그랬던 프렌즈스크린은 최근 들어 골프가 골프답길 바라는 골퍼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프렌즈스크린 퀀텀(Q) 출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카카오가 프렌즈스크린 퀀텀을 소개할 때 힘을 주는 문구는 ‘필드 지형 완벽 구현’이다. 과연 그럴까. 판교 H스퀘어의 프렌즈스크린 매장을 찾아 담당자 설명을 들으며 퀀텀을 체험해봤다.
퀀텀은 카카오VX가 6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스크린골프 시스템. 가장 큰 특징은 유저가 밟고 있는 바닥인 스윙 플레이트가 물결치듯 움직인다는 점이다. 볼이 고약한 경사의 러프 지역으로 갔다면 다음 샷을 준비하는 동안 플레이트가 부지런히 움직여 정말로 화면에 나온 지형과 거의 흡사한 언듈레이션을 제공한다. 9개 축의 가변 플레이트로 3D 입체 언듈레이션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1만 9000개 이상의 지형 상황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퀀텀 개발 조직의 기획 담당인 김동민 카카오VX 그룹장은 “하드웨어와 센서, 콘솔까지 다 바꿨다. 천장에 있던 센서를 스탠딩으로 내려 볼과 클럽을 모두 인식하게 함으로써 클럽 데이터를 풍부하게 표현하게 했다는 게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초고속, 초고화질 카메라에 더해 8개의 판과 9개의 축으로 구성한 스윙 플레이트로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굴곡을 100% 실감나게 표현하려면 스윙 플레이트의 축과 축이 만나는 면이 뾰족해져 불편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실제로는 그런 불편은 없었다. 축끼리 만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둥글게 처리해 안전사고 위험을 없앴다. 굴곡이 아주 심한 지형을 구현했는데도 플레이트의 흔들림이 없을 만큼 내구성도 잘 잡은 듯했다.
김 그룹장은 “스크린골프 치는 분들은 늘 필드랑 더 비슷하면 좋겠다는 얘길 하신다. 이번 퀀텀 기획과 소프트웨어 방향도 그래서 시리어스 골퍼를 만족하게 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퀀텀으로 코스를 돌아보는 동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샷 직후 볼이 있던 자리에 클럽 및 볼 스피드와 스매시 팩터, 클럽 패스, 론치 디렉션 등이 표시되는 매트 디스플레이에도 캐릭터는 빠져있다. 역시 시리어스 골퍼를 타깃 삼은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냥 연습만 할 때도 지형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발끝 오르막과 내리막, 왼발 오르막과 내리막 등 11가지 지형을 골라가며 연습하면 된다. 특정 코스 특정 홀의 특정 지점에서만 연습하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주 핀크스GC에서 라운드가 잡혀있는데 그동안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약했다면 퀀텀 트레이닝 모드에 들어가서 그 지점을 찍은 뒤 쇼트 게임을 반복 연습하는 거다.
퀀텀에도 AI 분석 모드가 있다. 정면의 카메라 한 대로도 심층 분석이 가능하도록 한 게 기술력이다. 프로 골퍼부터 아마추어 골퍼들까지 모션을 캡처해 AI 알고리즘으로 머신러닝을 시킨 결과다. 김 그룹장은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만도 2500개를 학습시켰다. 평균적으로 덩치가 큰 미국인의 스윙과 반대로 체구가 작은 주니어 선수 지망생의 스윙까지 다양하게 학습시키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