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이 친이란 무장세력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혀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동 내 미군을 겨냥한 공격에 대해 미국이 이라크 영토에서 공개적 보복에 나선 것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중부 사령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이날 저녁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의 미군과 연합군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8명이 다치고 기반 시설 일부가 파손됐다. 이에 미국은 즉각 보복 공격에 들어갔다. 같은날 미군이 공격에 대응해 이라크 내 시설 두 곳을 목표로 하는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미군 AC-130 항공기가 공격에 대응해 보복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병대 다수를 사살했다”며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미국과 연합군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이라크 영토에서 첫 보복 공습에 동원된 항공기에 주목했다. 바로 ‘하늘의 전함’이라고 불리는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 AC-130J ‘고스트라이더’다. 주로 지상작전 부대에 화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C-130은 C-130 수송기를 개조해 30㎜ 기관포와 105㎜ 곡사포 등을을 장착한 공중 폭격무기다.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하늘에서 비 오듯 표적에 포탄을 쏟아붓는 가공할 화력을 갖춰 ‘하늘의 전함’으로도 불린다.
지난 12일 한미 특수전 부대와 연합·합동 훈련에 똑같은 기종의 AC-130J가 한반도에 전개했다. 미 공군 제1특수작전비행단 소속 AC-130J와 미 공군 장병들은 경기도 평택 오산기지에서 한미 특수전 부대와 연합·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AC-130J 한반도 전개는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GPS 전파 교란 공격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 메시지로 풀이된다. AC-130J가 한반도로 전개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AC-130J의 한반도 두 번째 전개는 한·미 연합 특수작전 훈련(Teak Knife·티크나이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티크 나이프 훈련은 기본적으로 적진 침투 및 인질 구출이 주목적이지만 유사시 북한 깊숙이 침투해 북 정권 수뇌부를 포함한 요인을 제거하는 참수훈련이다.
주한미군은 고스트라이더 한반도 전개 사진과 함께 이번 훈련에 미 해·공군 특수작전 요원들이 참여한 사실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 등 북한의 복합 도발 와중에 주한미군이 AC-130J의 전개 사실을 공개한 것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견고함을 과시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C-130J은 북한 주요 군사시설 등에 침투해 작전을 펼칠 한·미 특수전부대를 지원하며 북한을 견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항공기다.
AC-130J는 건쉽(Gunship)으로,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는 지상부대의 지원 요청 시 1만ft 이상 상공에서 30mm 기관포, 105mm 곡사포뿐만 아니라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AGM-176 그리핀, GBU-39(SDB) 정밀유도 활강폭탄 등을 투하해 지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특정 목표물의 위치를 포착해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4000㎞에 달하는 항속거리를 지니고 있는 데다 공중급유 능력도 갖춰 오랜 시간 비행할 수 있다.
한반도를 처음 찾은 '고스트라이더'는 첨단 항법장비와 은밀한 침투 기능이 대거 보강된 최신 기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주일기지만 찾아 미일훈련에 동원됐던 AC-130J의 한반도 전개는 그만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한미 군 당국의 경고가 강력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C-130J은 분당 수천 발씩 ‘포탄의 비’를 퍼붓는 것은 물론 최신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도 발사·투하할 수 있어 ‘천사의 날개를 두른 하늘의 전함’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불린다. 구형 AC-130은 한반도에 몇차례 출동한 적이 있지만 최신형인 AC-130J가 한반도에 출동한 것은 이번까지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당시 한반도에 전개된 AC-130J는 직도 사격장을 표적으로 AGM-114 ‘헬파이어’ 및 AGM-176 ‘그리핀’ 미사일, GBU-39 SDB(소구경폭탄) 정밀유도폭탄 등을 발사해 정확히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실사격 훈련이 진행된 직도사격장은 과거 북한의 핵·지휘부를 겨냥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킬체인(북 핵 도발 임박 시 선제타격)’ 전력의 무력 시위용 단골 표적이다.
AC-130J가 탑재한 헬파이어 미사일은 최대 8㎞ 떨어진 적 전차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유도 방식의 타격무기다. 육군이 보유중인 AH-64 아파치 헬기의 주력무기이기다. ‘그리핀’ 미사일은 헬파이어 미사일보다 가벼운 경량 공대지 미사일로 장갑차량 등 지상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SDB는 최대 11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폭탄으로 우리 공군의 F-35, F-15K 전투기 등에서도 발사 가능하게 무장하고 있다.
AC-130J은 다른 명칭으로 건쉽이라 불린다. 수송기를 개조해 만든 지상공격기란 의미다. 공중포대 혹은 하늘의 군함이라는 별칭을 가진 것은 기관포와 대포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스트셀러 수송기인 C-130 허큘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C-130 건쉽은 베트남 전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전쟁에서 높은 작전성공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 2015년부터 AC-130J 고스트라이더는 가장 최신형 건쉽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베트남 전 말기에 등장한 스펙터(Spectre), 즉 ‘유령’이라는 별칭을 가진 AC-130H는 이전의 AC-130 건쉽과 달리 M102 105mm 화포 1문을 탑재해 적 대공포 사거리 밖에서 지상 공격이 가능했다. AC-130H는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과 파나마 침공 그리고 1991년 걸프전에도 참전한 경험이 있다. 비록 걸프전 당시 이라크 군의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AC-130H 1대가 격추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기록이 있다. 그럼에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덕분에 미 공군은 1995년에 AC-130H 보다 성능이 향상된 AC-130U 스푸키(Spooky)를 배치해 운용 중이다.
건쉽의 제3세대 모델도 있다. AC-130U 스푸키다. 이전의 AC-130H 보다 야간감시장비와 사격통제장비도 강화됐다. 또 적 방공망 하에서도 효과적인 작전이 가능하도록 생존장비 특 전자전 장비도 증강했다. AC-130H에 탑재된 무장으론 20mm 벌컨포 보다 센 화력을 자랑하는 25mm 벌컨포가 있다. 실제 2001년 9·11 테러와 함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AC-130H와 AC-130U는 아프간과 이라크 하늘을 날아다니며 미 특수부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숫자가 얼마 안 되는 AC-130H와 AC-130U는 혹사당하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체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 공군 특수전 사령부는 임시방편으로 운용중인 특수전 항공기 MC-130H 컴뱃 탈론 II을 개조해 건쉽으로 변신시켰다. 이렇게 MC-130H는 ‘MC-130W 드래곤 스피어’로 명명된다. 이후 MC-130W는 건쉽을 뜻하는 AC-130W로 재 명명된다. 14대가 만들어진 AC-130W에는 GAU-23/A 30mm 체인건이 장착됐다. 이전 AC-130 건쉽과 달리 소형 정밀유도무기인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AGM-176 그리핀 10발을 장착 운용하게 있다.
이후 AC-130H와 AC-130U를 본격 대체하는 가장 최신예 AC-130J 고스트라이더(Ghostrider)가 탄생했다. 미 공군의 최신형 특수전 항공기 MC-130J 코만도 II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C-130J는 기본 무장으로 30mm 체인건과 M102 105mm 화포를 장착하고 있다. AC-130W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형 정밀유도무기에 더해 전투기에서 사용되는 250파운드 크기의 GBU-39 SDB(Small Diameter Bomb), 즉 소구경 정밀유도무기도 새롭게 장착해 운용하고 있다. AC-130J는 30여대 만들어져 운용 중으로, AC-130H와 AC-130U는 2015년과 2019년에 미 공군에서 퇴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