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전기차 관세폭탄' 하루만에…中 "EU 돈육 반덤핑조사"

中언론 "업계, 당국에 공식 요청"

대형 수입차 관세 인상도 추진

美제재 속 유럽과 대립각 '부담'

"보복 대응 수위 조절" 관측도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최대 48%에 달하는 폭탄 관세 조치를 내놓자 중국이 유럽산 육류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를 시사하고 고배기량 수입 자동차의 관세 인상을 추진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는 양상이다. EU와 중국이 서로를 겨냥해 불공정 무역 조사에 본격 들어간 만큼 양국 간 교역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고립된 중국이 유럽마저 적으로 돌리는 것을 꺼려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돼지고기 제품이 조사 대상에 오를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EU산 유제품과 돼지고기에 대한 조사 실시 여부와 관련해 “중국 산업계는 조사 신청을 제기해 정상적 시장 경쟁 질서와 합법적 권리를 지킬 권리가 있다”며 “사건 접수 조건에 문제가 없으면 조사 기관은 절차를 개시하고 법에 따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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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업계의 유럽산 돼지고기에 대한 조사 청원 소식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17.4~38.1%의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전해졌다. EU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다음 달부터 최대 48.1%(현행 10% 합산)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돼지고기는 유럽의 대(對)중국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 중국이 해외에서 수입한 60억 달러(약 8조 2700억 원) 규모의 돼지고기 중 절반 이상이 유럽산이었다.

이날 중국중앙TV(CCTV)의 모회사 중앙방송총국은 웨이보(중국판 X)를 통해 “고배기량 휘발유 수입 차량(엔진 배기량 2.5ℓ 이상)에 대해 임시 관세율 인상 절차를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유럽이 중국에 수출하는 고배기량 승용차 규모는 연간 180억 달러(약 24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전기차보다 많다. 중국이 관세율을 인상하면 BMW와 벤츠 등 유럽 브랜드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중국은 상대를 겨냥해 이미 여러 건의 불공정 무역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의료기기 등 12개 이상 부문에서 반보조금 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향후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프랑스 코냑을 비롯한 유럽산 브랜디와 금속 대체재로 사용되는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제재 압박에 직면한 중국이 향후 ‘무역 우회로’가 될 수 있는 유럽에 대한 보복 강도를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가 잠정 조치인 데다 독일·노르웨이·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들이 중국에 우호적인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상황을 호전시키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는 상계관세가 확정되는 것을 막거나 조건을 완화하는 데 낙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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