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처음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힘을 합쳐 중형 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나서는 등 12개 금융기관이 조선업계에 총 15조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조선 경쟁에서 국내 업계의 경쟁력 확보와 수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인한 RG 손실 이후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에 나선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과 조선기업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같은 지원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5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 행장 △3개 지방은행(경남·광주·부산은행) 행장 △4개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 기관장 △3개 조선사(HD현대중공업·대한조선·케이조선)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이 이어지면서 선박 건조 계약에 필수적인 RG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 내 건조하지 못하는 등 계약을 미이행할 시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보증을 말한다.
먼저 5대 시중은행, 3개 지방은행, 기업은행 등 9개 은행과 무보는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공급 확대를 위해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을 체결, 총 7억 달러 규모(약 1조 원) 선박 9척 건조를 위해 각각 약 3000만 달러, 총 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RG 9건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보는 중형 조선사 RG에 대한 특례보증 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확대해 은행의 보증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산은도 중형 조선사의 수주 선박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2억 6000만 달러의 RG를 발급, 총 5억 7000만 달러(약 7500억 원) 규모의 선박 6척의 건조를 지원할 방침이다. 향후 수주 계약 건에 대해서는 선박 인도 일정에 따라 1억 6000만 달러의 RG를 발급할 예정이다.
시중·지방은행이 모두 중형 조선사 RG 발급에 참여한 것은 역대 최초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인한 대규모 RG 손실을 경험한 이후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재개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대한조선이 벨기에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1척(수주액 8700만 달러)에 대한 1호 RG를 발급했다.
이미 4년치 일감을 확보한 대형 조선사들에 대해서는 5대 시중은행과 산은, 수은, 기은 등 총 8개 은행이 현대계열 3사(HD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와 삼성중공업에 총 101억 달러(약 14조 원)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간 8개 은행은 대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분담해왔으나 최근 고가 선박 수주 호황으로 인해 대형 조선사의 기존 RG 한도가 거의 소진되면서 신규 RG 한도를 제공한 것이다.
안 장관은 “K-조선 세계 1위 유지를 위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형 및 중형 조선사의 동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수주-건조-수출 전 주기에 걸쳐 민관이 원팀으로 총력 지원하는 한편, 후발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내달 중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중형 조선사 RG 발급이 재개된 것은 큰 의미”라며 “앞으로도 조선사의 금융애로가 없도록 지원하고 업계와 지속 소통해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