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32) 씨는 점심 식사 후 메가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사무실로 돌아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을 종종 찾았지만 이제는 매장 커피만 고집한다. 김 씨는 “가성비 커피 전문점이 편의점만큼 접근성이 높아져서 굳이 편의점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성비 커피’의 대명사였던 편의점 커피(캔·병 커피)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2500원 이하인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가성비 커피 전문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어서다.
16일 삼성카드 BLUE Data Lab이 삼성카드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결합데이터를 통해 삼성카드 결제 금액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CU에서 결제한 삼성카드 이용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음료로 전체 품목 중 29.2%를 차지했으며 세부적으로는 커피, 유제품, 탄산음료 순으로 많이 구매했다. 다만 음료 전체 구매건수에서 커피의 비중은 2년 전인 2022년 1분기 29.9%에서 올해 1분기 26.1%로 3.8%포인트 감소했다. 음료 품목 가운데 가장 크게 줄어든 수치다.
편의점 음료 중에서 캔·병 커피의 구매 건수 비중이 감소한 것은 가성비 커피 전문점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같은 기간 삼성카드 고객의 7대 가성비 커피 전문점 이용률은 5.0%에서 7.7%로 2.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가성비 커피 전문점 이용률이 높은 2030세대 고객들이 편의점 커피를 외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 남녀 중 7대 가성비 커피 전문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우는 약 15%에 달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들의 경우 2년 사이에 편의점 음료 구매건수 중 커피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은 5%포인트, 30대 남성은 6%포인트 줄었으며 20대 여성의 경우 무려 7%포인트 감소했다. 커피 구매 건수 비중 축소와 관련해 CU 관계자는 “이용자가 직접 내려 마시는 즉석 커피 결제액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면서 “편의점 즉석 커피 및 파우치 커피의 판매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CU의 올해 1분기 전체 결제액을 살펴보면 2022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음료 다음으로 많이 팔린 품목은 과자류(15.0%)였다. 주류(12.6%)와 라면, 즉석식품 같은 가공식사(9.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가공식사 품목은 전체 편의점 품목 구성 중 9.5%를 차지하면서 2년 전(7.8%)에 비해 1.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문구류와 홈·주방용품 등 생활잡화도 4.6%에서 7.6%로 2%포인트 증가했다.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등 간편식사 비중도 5.1%에서 5.8%로 늘었다.
이에 대해 CU 관계자는 “높은 외식 물가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의 간편식 및 가공식품 수요가 늘어난 데 더해 차별화 및 컬래버 상품이 주목받으면서 편의점 음식이 가성비 높은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았다”고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편의점 주류 판매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CU에서 팔린 주류의 품목별 구매건수 비중은 국내 맥주가 올해 1분기 기준 30.8%로 가장 높았으나 2022년 1분기(36.2%)와 비교하면 5.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반 소주 비중은 26.4%에서 17.1%로 7.3%포인트나 감소했다. 반면 제로슈거 소주의 비중은 2.4%에서 9.4%로 7.0%포인트 늘면서 설탕을 줄인 ‘제로 슈거’ 주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 막걸리 및 기타 주류의 비중도 10.6%에서 16.0%로 5.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타 주류의 경우 특히 하이볼류의 구매 비중이 0.7%에서 4.1%로 크게 늘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중에서도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업종”이라면서 “최근 2년간 편의점 고객이 구매하는 음료와 주류 품목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