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르포] "2주에 한번은 마셔요"…베트남 '맥주 거리' 곳곳에 '이 술'

◇베트남 하노이 '타히엔 거리' 가보니

주점 테이블 곳곳에 녹색 소주 병

현지 시장 장악한 맥주 틈새 공략

마트에도 별도 진로소주 매대 마련

베트남 생산공장 내년 착공 들어가

해외사업 확대 전진기지 역할 수행

지난 10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타히엔 거리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하이트진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황동건 기자지난 10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타히엔 거리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하이트진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황동건 기자




지난 10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타히엔 거리.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주점에 몰려 일명 ‘맥주 거리’로도 불리는 이곳 테이블 곳곳에 초록색 소주 병이 놓였다. 하노이에 사는 대학생 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도수가 낮은 과일 소주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2주에 한 번 정도는 마시는 편”이라고 했다. 베트남 특유의 무더위와 때때로 내리는 소나기도 이들의 소주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국산 소주는 현지 시장을 장악한 맥주의 틈새를 공략중이다. 하이트진로 주류는 거리 78개 주점 중 64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브랜드 상징인 두꺼비 인형탈을 쓰고 길목 곳곳을 다니며 제품을 체험하게 하는 한국식 마케팅도 한창이었다.

하노이 후지마트 한 점포의 하이트진로 소주 매대. 황동건 기자하노이 후지마트 한 점포의 하이트진로 소주 매대. 황동건 기자


현지 주점 뿐 아니라 소매점에서도 가정용 소주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날 하노이의 한 후지마트 매장에는 관련 매대가 별도로 꾸려져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기업형 슈퍼(SSM) 정도 크기인 이 점포에선 한 달에 약 300병의 진로 소주가 팔려 나간다. 윤현석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팀장은 “소주 카테고리로만 보면 현지 점유율이 70%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 젊은 층이 찾는 과일소주는 진로이즈백이나 참이슬 같은 일반 상품으로 해외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윤 팀장은 “한국 소주의 대표적 특징인 ‘녹색 병’을 교민 뿐 아니라 현지인도 잘 인식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고 전했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법인장이 현지 타이빈성 새 생산공장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황동건 기자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법인장이 현지 타이빈성 새 생산공장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황동건 기자



하이트진로가 내년 1분기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착공할 새 생산공장은 해외 사업 확대의 거점을 맡는다. 창사 100주년을 맞아 약 7700만 달러를 투자해 짓는 첫 수출 기지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법인장은 “추후 제2의 해외 공장을 건설할 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이 되도록 심도 있는 설계를 하고 있다”면서 “2026년 완공해 생산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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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이 공장에서 연간 최소 100만 상자의 과일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소주류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 수준이다. 생산분의 10~20%가 베트남 현지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다른 국가에 뻗어나가게 된다. 연 500만 상자까지는 별도의 라인 증설 없이 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건 이 곳을 발판 삼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공략하기 용이해서다. 타이빈성은 베트남 내에서도 특히 항공·해운 중심지와 인접해 물류 기능이 우수한 지역으로 꼽힌다. 200만 명의 인구와 대학을 포함한 각종 교육 인프라도 갖췄다.

이 밖에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점도 크다. 실제 이 공장의 토지세는 향후 15년간 면제된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부지로 선정된 산업단지 내 제공되는 인프라가 매력적”이라며 “아세안(ASEAN)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을 통한 세금 감면 효과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후지마트 한 점포의 매대에 모방 소주 ‘태양’이 진열돼 있다. 황동건 기자하노이 후지마트 한 점포의 매대에 모방 소주 ‘태양’이 진열돼 있다. 황동건 기자


다만 걸림돌도 있다. 현지 시장에 모방 제품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만 25~26개 회사가 뛰어들어 150종 이상의 유사 소주가 풀려 있는 상황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면서도 360㎖ 녹색병과 한글 라벨을 흉내낸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타이거·스미노프·엠페라도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이 밖에 주류를 차게 먹지 않는 동남아 문화도 일반 소주의 쓴맛을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소다. 하이트진로 측은 “모방 제품에 비하면 압도적인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강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하노이)=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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