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강남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마약음료를 시음하게 하는 사건이 생길만큼 유독 마약 관련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올해 3월 기자가 마와리(기자들의 은어로, 사건 취재를 위해 관할 경찰서를 도는 일)를 할 때 경찰 한 분께서는 밤중에 취객을 보고도 마약 의심 신고를 할 정도로 지난해 국민들의 마약 범죄에 대한 언론 노출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폐해 알리미가 대검찰청 자료를 바탕으로 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사범은 2만 7611명으로 2022년 1만 8395명과 비교해 9200여 명이 증가했습니다. 마약류 공급사범(밀조·밀수·밀매)의 경우 9145명으로 2022년 4890명 대비 1.87배 증가했습니다.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마초의 경우에는 법으로 어떻게 형량을 정하고 있을까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 제1항 제5호, 제3조 제7호[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에 따르면 제3조 제7호(대마를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 다만, 공무, 학술연구 또는 의료 목적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는 경우는 제외한다.)를 위반하여 대마를 수입하거나 수출한 자 또는 그러할 목적으로 대마를 소지·소유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5년 이상의 형량이 나오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공범들과 함께 태국으로부터 대마초를 대한민국으로 밀수입하기로 계획하고, 2019년 4월 8일 새벽 6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여 대량의 대마초 1890g을 밀수입했다. A씨는 대마초가 들어있는 항공특급우편물을 직접 수령하다가 잠복 중인 수사관들에게 현장에서 현행범인으로 체포됐으나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A씨에 대해 대마초 밀수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 있는 마약 사례를 선택해 체험을 해봤습니다. 법조문에 대마를 수입하거나 수출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량의 대마초를 밀수입했다는 점도 있었기에 과감하게 징역 5년 초과 10년 이하의 실형을 선택하고 사건개요 와 법정공방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변호인은 A씨가 대마초를 수령하는데 고의가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우편물을 수령했는데 내용물을 무엇인지 인지를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은 “우편물이 대마초인지 알았다면 매우 위험한 부탁인데 대가 약정이 없었다”며 “이는 피고인이 대신 수령한 우편물이 대마초인지 몰랐다는 증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A씨가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사 측은 A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사는 “A씨가 대마초 우편물을 수령했다는 것이 핵심이다”며 “A씨는 자필 진술서에서 집배원 전화만 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수령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최종의견에서 “친구가 나에게 우편물을 받아달라고 하면 무슨 물건인지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며 "체포 직후 피고인이 떳떳했다면 우편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 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주범이 아니지만 밀수입을 공모하고 수령하는 역할을 분담했다”며 “발각되지 않았다면 대량의 마약의 국내에 유포됐을 것이다”고 엄벌에 처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대리 수령했다는 점을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은 “친구가 사전에 계획하고 영문도 모르는 피고인을 도구로 활용했다”며 “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주범이 아니고 대마초 전량 압수돼 유통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선고를 하기 전에 법정공방 진술을 머릿 속에서 되짚었습니다. 공범이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적이고 전문적 범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우편물을 수령했다는 점에서 소극 가담한 점을 감경요소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양형인자를 살펴보니 마약 수출입 제조 및 대마의 경우 감경이 1년~3년, 기본이 2년~4년, 가중이 3년~6년이었습니다. 기본이라고 판단돼 징역 2년을 최종 선고 형량으로 선택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며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4년 간 형 집행을 유예하고 압수된 대마 1890g을 몰수한다”고 주문을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범 2인과 밀수입을 인식하고 대마초를 충분히 인식하고 우편물을 수령한 것으로 보여 고의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마약류 범죄는 환각성과 중독성 등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입 범행은 대마초의 확산과 추가범죄의 가능성이 있고 밀수입한 대마초 1890g은 상당히 많다”면서도 “대마초가 모두 압수돼 유통이 안된 점, 우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만 나타나 범행을 주도 안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짚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권고형 범위를 가중영역으로 정했습니다. 공범과 함께 조직 범행을 했다는 점을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로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이 재판은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배심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배심원이 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한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판결을 선고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합의 관할사건을 대상사건으로 합니다.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 필요한 수의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뽑습니다. 이 사건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평결했습니다. 양형의 경우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얘기한 사람이 3명,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배심원이 6명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의 의견인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받아들인 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