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재선을 원한다는 광역자치단체장이 47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주요 파벌인 아소파에 이어 모테기파에서도 총리의 총재 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반(反) 기시다 움직임’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29일로 재임 1000일을 맞이하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전국 47개 도도부현 간사장(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개 현에서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재선을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23일 밝혔다. ‘재선을 원한다’고 답한 단체장은 기시다 총리 고향인 히로시마 등 3곳에서만 나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당을 이끄는 지도자의 재선 여부 질문에 지방 조직을 대표하는 간사장의 과반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총리의 구심력 결여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8명, ‘기타’로 사실상 무응답으로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31명이었다. 일본 총재 선거에서 현직 총리가 패배한 적은 한 번뿐으로 현직이 연임을 목표로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대부분 지지를 이끌어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자민당 파벌에 의한 정치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아사히가 이달 15~16일 성인 남녀 1012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한 결과 내각 지지율은 22%를 기록했고, 자민당 지지율은 처음으로 10%대인 19%에 그쳤다. 집권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자민당은 최근의 주요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당내에서는 ‘기시다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물밑에서만 들끓던 ‘기시다 끌어내리기’는 ‘총재 선거 불출마 요구’라는 공식 발언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아즈마 구니요시 중의원은 전날 홋카이도에서 열린 당 모임에서 “기시다 총리가 재선 등을 입 밖에 내지 말고 단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즈마 의원은 잠룡 중 한명인 모테기 도시미쓰 당 간사장 주도의 모테기파 소속이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의 아소파에 속한 사이토 히로아키 의원도 16일 “이런 상황에 이른 책임은 최종적으로 누군가가 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시다 총리 퇴진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회기 종료(23일)를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가을 이후까지 이어지는 다수의 정책 계획을 밝히며 재선 의욕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