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당내 불출마 압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쳐 사실상 기시다 총리에 총재 선거 불출마와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24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전 총리는 전날 한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에 대해 “총리 자신이 파벌 문제를 안고 있는데 책임을 지지 않고 오늘까지 와 있다”며 “일반 국민이 많은 불신감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자민당에서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일명 ‘파티’에서 나온 수익 일부를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금 형태로 의원들에게 전달해 논란이 됐다. 이후 당 차원에서 스캔들 관련 의원에 징계를 내렸으나 85명 중 39명만 대상이 됐고, 엄정한 처벌 및 진실 규명이 빠지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이에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쳤고, 자민당은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잇따라 야당에 패하거나 독자 후보를 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스가 전 총리는 당의 현재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그 원인으로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대응을 꼽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책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당 총재 선거를 두고는 “쇄신”을 강조하면서 “자민당이 바뀌었고, 다시 한 번 당에 기대하고 싶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 기시다 총리와 거리를 둬 온 스가 전 총리의 이날 주요 발언이 사실상 ‘총리 퇴진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트 기시다’로 누굴 추천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분이다. 주장을 바꾸지 않는 점이 좋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정권 들어 당내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비주류 세력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포스트 기시다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도 관계가 원만한 데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이자 차기 총재 선거 출마 의욕을 다지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도 만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잠룡’들의 몸풀기와 맞물려 스가 전 총리가 총재 선거의 ‘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거리를 두는 비주류파의 수장 격”이라며 “이번 발언은 반(反) 기시다 진영의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