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닥터페퍼






1993년 미국 대통령 부인이 된 힐러리 클린턴에게 의전보좌관이 “방에 어떤 음료를 넣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힐러리는 지체 없이 “다이어트 닥터페터(Dr Pepper)”라고 대답했다. 그 후 힐러리가 묵는 국내외 호텔 스위트룸의 냉장고에는 닥터페퍼 캔이 가득 채워 넣어져 있었다. 전설적인 영국 밴드 비틀스의 리더인 존 레넌도 닥터페퍼를 즐겨 마셨다. 영국에서 이 음료를 구하지 못하면 미국 뉴욕에서 공수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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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페퍼는 1885년 미국 텍사스의 한 약국에서 판매원으로 일했던 찰스 앨더턴이 개발한 탄산음료다. 제품 이름은 앨더턴이 근무한 약국이 ‘페퍼’라는 성을 가진 의사가 처방한 약을 주로 판매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음료의 특징은 체리·레몬 등 다양한 과일 맛과 향신료가 뒤섞여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맛과 향이다. ‘체리 향과 계피 향이 연하게 나는 캐러멜 맛 탄산음료’ 등 오묘한 맛으로 유명하다. 닥터페퍼는 출시 시기만 놓고 보면 코카콜라(1886년), 펩시(1890년)보다 빠르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탄산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2004년 미국 시장점유율은 5.57%로 코카콜라·펩시는 물론 스프라이트에도 뒤진 5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색다른 맛을 찾는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개발해 MZ세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48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에 달했다. 닥터페퍼가 지난해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8.34%의 점유율을 기록해 부동의 2위였던 펩시(8.31%)를 제치고 ‘넘버 2’로 올라섰다. 1위는 점유율 19.18%인 코카콜라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닥터페퍼의 도약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혁신 제품·마케팅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3위로 밀려난 펩시에 대해 “1995년 점유율 15%를 차지했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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