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거리 곳곳에는 하얀 페인트로 칠한 자전거 50대가 등장했다. 시민들이 공짜로 돌려 쓸 수 있도록 한 시민단체가 자전거를 놓아둔 것이었다. 공유 자전거의 시초가 된 ‘하얀 자전거 서비스’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인 만큼 상당수 자전거는 도난을 당했고 일부는 고장 난 채 도시 한편에 나뒹굴었다. 최초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는 한 달 만에 막을 내렸지만 유사한 서비스는 그 뒤 유럽·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무공해 운송수단인 데다 공유경제의 부상, 스마트폰의 활용 등이 인기의 배경이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3000개 도시의 골목을 공유 자전거가 누비고 있다.
그중에서 캐나다의 ‘빅시(BIXI)’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바이크(Bike)와 택시(Taxi)를 결합한 이름의 빅시는 2009년 몬트리올시의 공기업에서 시작했다. 품질 좋고 튼튼한 자전거, 편리한 이용 시스템 덕에 인기를 끌어 현재 1만 대에 육박하는 빅시 자전거들이 몬트리올 시내를 달리고 있다.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빅시에서 착안해 공공 공유 자전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따릉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본격 개시됐다. 처음 440대에 불과했던 따릉이는 이제 총 4만 5000대에 달한다. 누적 이용 건수도 2억 건에 육박한다. 이제 집을 구할 때 ‘따세권(따릉이+역세권)’인지도 따질 만큼 ‘서울 시민의 발’이 됐다.
그러나 빅시가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운영사는 초기 적자에 시달리다 2014년 파산 위기에 몰렸다. 부채를 떠안은 몬트리올시는 해외 사업권의 민간 매각 등의 자구책을 통해 서비스를 정상화시켰다. 국내에서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자전거 사업을 펼쳤으나 손해를 감당 못해 일부 철수하기도 했다. 따릉이 사업도 연간 1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호응도가 높은 정책이어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따릉이 역시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적자 축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