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본인의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발간 예정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2022년 12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제안했다고 적었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두고 공방하면서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장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며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억울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은 이 대화를 두고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면서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일은 내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며 “대통령이 결정하지 못하면 주변 이들이 강하게 진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