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상 군사원조에 의지하던 대한민국은 ‘KT-1 기본훈련기’와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 생산으로 항공기 수출 시대를 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실전 배치까지 앞두고 있어 KT-1의 성공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마중물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기본훈련기 KT-1의 첫 양산기는 1999년부터 생산에 들어갔어 2000년에 첫 기체가 대한민국 공군에 인도됐다. 이후 대한민국 공군의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본훈련기가 된 KT-1은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운용 중이다.
최근까지 공군 제3훈련비행단 제213비행교육대대는 2004년 6월부터 KT-1를 훈련기를 운용하면서 현재까지 약 19년 10개월 동안 12만 7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도 가지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 후보생들이 기초 조종술을 익히는 입문용 훈련기 KT-1, 동급 초등훈련기 가운데 우수한 성능으로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제원과 성능 및 특징은 어떻고 되고 수출은 얼마나 했을까.
KT-1은 실전 배치 후 전체 기종이 33만 시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수립하면서 기체 안전성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외에 터키와 페루, 인도네시아, 세네갈에 수출이 돼 약 200여대 가량이 생산됐다. 현재도 기존 T-50 수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나,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계속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 KT-1 기본훈련기 1호기 출하
KT-1은 1986년부터 개념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결과 복좌의 터보프롭 항공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개발된 항공기가 오늘날 KT-1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KTX-1’이다. KTX-1은 550급 마력 엔진을 탑재한 중등 훈련기로 1991년 12월 12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불행하게도 KTX-1은 시험 비행 도중 사출 좌석 오작동으로 시제기가 추락했다. 빠른 전력화가 필요했던 공군이 국내 개발이 아닌 해외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바람에 한 때 사업이 중단될 위기도 처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 개발에 나서 KTX-1은 엔진을 950 마력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명칭도 ‘KT-1’으로 변경됐다. 1999년 양산 1호기를 생산 개시해 2000년 8월 공군에 첫 납품되어 실전 배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 11월 3일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국내외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KT-1 기본훈련기 1호기 출하기념식이 개최됐다. 2002년에는 국산 항공기 최초로 싱가포로 에어쇼에 출품돼 해외 방산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01년 인도네시아 공군과 첫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KT-1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항공기로 웅비(雄飛) 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교육훈련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후방석이 교관석, 전방석이 훈련생 좌석으로 지정됐다.
지난 1988년 국방과학연구소와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약 1000억 원을 들여 10여 년간 개발했다. KT-1 기본훈련기는 단발 터보프롭 방식의 탠덤(tandem) 좌석의 항공기로 개발 당시 기준으로 동급 중 최고 수준의 훈련 효과와 안정성,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인정 받은 기체다.
KT-1의 제원은 길이 10.3m, 폭 10.6m, 높이 3.7m에 기체 중량은 2540㎏에 달한다. 950마력의 PT-6A 62 터보프롭 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648㎞로 비행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1700㎞, 분당 1067m를 상승, 최대 비행시간 5시간이며 경무장을 할 수 있어 전시에는 공격기로도 쓸수 있다.
특히 조종 불능상태인 스핀(Spin) 기동 상황에서 조종사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자세를 회복할 수 있어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또 저속비행 성능과 편대비행, 야간비행, 계기비행, 중·저고도 항법비행 등 기본비행 훈련에 요구되는 역량도 모두 갖췄다. 무엇보다 동급 훈련기 가운데 배면스핀 시범비행(360도 회전비행)을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
KT-1에는 세미모노코크 타입의 동체 구조물과 일체형 주익을 적용해 일부가 파손돼도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탁월한 구조건전성을 지녔으며, 정비성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또 KT-1은 지상에 정지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탈출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Zero-zero(0ft-0kts) 사출좌석’도 장착했다. 개발 당시를 기준으로 최신의 군 표준장비를 채택해 기존 운용 중인 항공기와 호환성도 뛰어나다.
동급 기종 처음으로 100% 컴퓨터 설계
KT-1은 개발 당시 공군이 운용하던 T-41B 초등훈련기와 T-37C 중등훈련기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군용기로서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군사규격을 적용함과 동시에 미국 연방항공규정(FAR)을 충족시킨 것은 훗날 수출 성공의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KT-1은 동급 기종 가운데 처음으로 100% 컴퓨터 설계를 적용했다. 덕분에 미 군사규격 분류 클래스 Ⅳ, FAR 23급, JAR 23급 곡예비행 카테고리를 충족하는 단발 터보프롭 항공기로 탄생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에서 훈련기, 경공격기, 에어쇼 전용기체로 활약 중이다. 최대 수평시속 480㎞, 고도 11㎞로 비행이 가능하며 체공시간 3시간이상으로 영국 SHORT TUCANO와 스위스 PC-9 등 외국 기본훈련기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은 KT-1 기본훈련기 후속사업으로 ‘KO-1 저속통제기’ 개발도 진행했다. 전술통제기로 도입된 지 30년이 넘은 KO-2 항공기를 교체하기 위한 것이다. 2003년 7월 전투용 사용가 판정을 받았다. 2005년 7월에 양산 1호기를 출고했다. KO-1은 2006년 12월에 20기를 출고하면서 사업이 종료됐다. 2007년 10월 ‘KA-1’으로 명칭을 변경해 KT-1의 파생형 항공기로 첫 이름을 올렸다.
KA-1은 KT-1 기본훈련기와 달리 기체 외부에 무장 및 증가연료탱크를 장착 할 수 있다. 공대지 임무를 위해 무장 제어 장치와 화력제어 계통 및 임무 컴퓨터, 피아식별장비(IFF) 등 개량된 항공전자장비도 탑재할 수 있다. 또 KA-1은 주익 아래에 파일론 4개를 장착해 12.7mm 기관포 포드와 로켓탄 등의 무장 장착이 가능하다. 이들 무장은 국내에서 개발된 임무 컴퓨터로 제어 된다.
KT-1 기본훈련기는 해외 수출에 성공하면서 현재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예, 페루, 세네갈 등의 국가에서 운용 중이다. 파생형은 4가지다. 수출 나라별로 명칭이 다르다. ‘KT-1B’는 인도네시아 수출명이다. 이 수출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군용 항공기 수출인 동시에 최초 해외 감항인증 획득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항공기 수출국 반열에 올라섰다.
KT-1B 항공기 수출은 정부 간 대응구매(Counter Purchase)와 민간 주도 계약 방식이 혼합됐다. 2001년 인도네시아 공군과 7대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 1차 납품을 통해 우수성을 인정받아 2차 분부터는 순수 민간 주도 계약 방식으로 2018년까지 총 20대를 수출했다.
KT-1B는 비행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으면서 인도네시아 공군 특수비행팀인 주피터(Jupiter) 전용기체로도 활용되고 있다. 주피터 전용기체는 인도네시아 국기의 색을 상징하게 흰색과 붉은색으로 도색해 푸른 창공에서도 눈에 띈다. 또 밝은 회색 바탕에 주익과 수직미익 끝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KT-1P로 명명된 훈련기는 페루 수출된 기종이다. 대한민국과 페루의 국가적 첫 방산협력으로 남미 시장에 수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에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페루 국방부는 2012년 11월 훈련기 10대와 경공격기 10대 등 총 20대 도입을 결정했다. 수출금액은 2억 달러.
KT-1P 20대 분량 중 최초 4대는 KAI가 생산하고 나머지 16대는 페루 국방부 산하 국영 항공기업 세만社가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됐다. 이를 위해 KAI는 페루 라스팔마스 공군부대에 있는 세만 격납고 4개 동의 시설을 개·보수해 항공기 조립과 자재 보관, 페인트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현지 공동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또 생산교육과 조종사·정비사 교육 등도 함께 제공해 페루를 기반으로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KT-1P는 KT-1T와 똑같이 여압장치를 장착했다. 100갤런의 외부 연료탱크와 LAU-131 로켓발사시스템, 12.7㎜ 중기관총 포드, MALTS-4 훈련 무장시스템 등을 장착할 수 있어 경공격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KT-1P는 흰색과 빨간색을 배색한 훈련기용 도색과 회색 바탕에 샤크마우스 디자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뽐내는 공격기용 도색 두 가지를 채택했다.
‘KT-1T’는 튀르키예 수출형 기종이다. 무엇보다 미국 레이시언의 ‘T-6A TexanⅡ’, ‘브라질 엠브라에르 EMB-314 슈퍼 투카노’ 등 세계 유수의 동급 기종과 공개 경쟁에서 이기고 튀르키예 수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 항공산업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튀르키예와 2007년 8월 훈련·정비장비를 포함해 약 3억5600만 달러 규모의 총 40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KT-1T는 2009년 7월 1호기가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2010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40호기를 납품 완료했다.
이전 수출과 달리 KT-1T는 튀르키예 정부의 요구를 추가 반영해 오리지널 KT-1과 다르게 330여 개 항목의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군용 항공기 감항인증 심의위원회를 열어 KT-1T에 국내 최초의 형식인증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KT-1T에는 항공기 고도에 따른 급격한 조종실 기압 변화를 조절하는 여압장치를 비롯해 동체 보강, 냉·난방시스템 개량, 비행 중 대기로부터 산소를 얻어 공급하는 산소발생장치(OBOGS), 각종 정보를 컴퓨터로 종합해 다기능시현기에 표시하는 디지털 조종석(Glass Cockpit), 조종간과 스로틀 레버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대부분의 계기를 조작할 수 있는 일체형 조종간(HOTAS) 등이 추가 기능으로 채택된 것이 특징이다.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KA-1S’는 다목적 항공기로 세네갈에 수출됐다. 세네갈 공군은 훈련과 무장 운용을 모두 원해 KA-1S는 우리 공군의 전술통제기인 KA-1와 페루에 수출된 KT-1P 사양이 융합된 기종이다. 2015년 6월 방한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기술이전과 한국 기업의 세네갈 진출을 희망했다. 이에 우리 정부와 KAI가 적극적인 세일즈를 펼쳐 2016년에 세네갈 공군과 다목적 항공기 KA-1S를 총 4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A-1S는 무장 훈련과 경공격 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무장 제어장치와 임무 컴퓨터를 탑재한 것이 장점이다. 조종석에는 전방시현장비(HUD)와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조종사의 업무 부담을 최소화했다. 또 KT-1P와 마찬가지로 100갤런의 외부 연료탱크와 LAU-131 로켓발사시스템, MALTS-4 훈련 무장 등을 장착할 수 있다.
KAI는 KA-1S가 경쟁 기종 대비 연료 효율성은 30% 향상됐으며, 운용유지비용은 60% 수준이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A-1S는 세네갈 독립기념일인 4월 4일에 맞춰 2020년 4월 1·2호기를 인도했다. 다음해 2대를 추가 납품하며 완료했다. 세네갈은 KA-1S의 성능과 KAI의 사후 지원에 크게 만족해 추가 도입을 논의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