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CB 미끼로 50억 편취…GA 등친 법인대표

상폐위기인데 전환사채 발행 약속

MG손해보험 인수 대금 명목 접근

이후 법인 상폐…중앙지검 수사나서

무자본 M&A '기업사냥꾼' 의혹





회사가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것을 알고도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에게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0억 원을 조달하겠다’며 5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법인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피의자 박 모(53) 대표는 과거에도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들인 회사가 도산될 때까지 배임성 행위를 반복하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이른바 전문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권성희 부장검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A디스플레이 검사 장치 법인의 전 대표 박 씨를 수사하고 있다. 2022년 11월 GA 대표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계좌 압수수색 등 수사를 이어오던 서울 강남경찰서는 올 5월 박 씨를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박 씨는 2019년 GA 대표이자 설립자인 한 모 씨에게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A법인에 먼저 투자하면 CB를 발행해 MG손해보험 인수에 필요한 300억 원을 조달하겠다”며 50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또한 해당 GA가 A법인의 B자회사에 차용한 50억 원을 상환우선주로 전환시켜 채무 변제를 미루게 해주겠다며 약속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하지만 박 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 간 합의서와 달리 CB를 발행하지도 않고 채무를 상환우선주로 전환시키지도 않았다. 이후 박 씨는 A법인의 교환사채 관련 소명자료를 외부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아 법인은 2020년 3월 상장폐지됐다. 박 씨가 제출하지 않은 해당 자료는 본인의 배임성 의혹을 소명하는 자료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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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GA는 설계사 4000여 명이 근무하는 대형 GA로 당시 M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 예정이었다. 박 씨는 GA가 MG손해보험 인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 B회사로부터 빌린 채무 변제 시점이 도래해 자금이 마련됐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받은 투자금 50억 원을 본인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장외 매수하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당시 A법인은 상장폐지 절차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대표인 박 씨가 CB를 발행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박 씨가 불법적인 무자본 M&A 방식으로 A법인의 경영권을 장악했는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씨는 과거에도 무자본 M&A에 관여해 소위 전문 기업사냥꾼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가 투자한 회사 다수가 상장폐지되거나 회생절차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이상 변동 의혹을 받는 선박 블록회사주 투자에도 관여했다.

차장검사 출신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한 죄”라며 “피의자가 피해 변제를 전혀 하지 않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의 신속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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