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흐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어쨌든 물가는 오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세 제도는 인플레이션을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한 회계사는 최근 기자에게 “국민들의 명목 소득에 비해 기본공제는 그대로”라며 이같이 말했다. 요즘 세법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제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세목을 가리지 않는 꽤 보편적인 명제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올리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한국세무사회도 올해 정부에 종합소득 기본공제액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제 상향 논리의 일차적인 명분은 서민·중산층 부담 완화다.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물가다. “공제 한도가 개정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현재의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일괄·배우자 공제는 1997년 개정된 후 27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고 종합소득 기본공제액도 마지막으로 바뀐 게 2009년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각종 세목의 기본공제를 확대해달라는 건의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공제 한도 상향 논리의 배경에는 고물가라는 거시경제적인 맥락이 깔려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어 보인다. 2013~2020년 사이에는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은 해가 없었다. 이에 비하면 2022년(5.1%)과 2023년(3.6%)의 인플레이션은 이례적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2% 중반대로 수렴하는 모양새이나 여전히 물가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플레이션은 세 부담에 그대로 반영된다. 우리가 내는 세금은 퍼센트(%)로 매긴다. 반면 과세표준과 공제액은 명목 금액으로 책정한다. 경직적인 조세제도는 고물가 국면에서 ‘가렴주구’의 속성을 띤다.
이번 기회에 세제에 물가를 연결하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정부의 한 인사는 “현재 너무나도 많은 공제가 존재한다. 현행 세제에 물가 연동제를 도입하면 세법이 너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22년 분석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개국이 소득세 물가 연동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세제도 단순화로도 연결될 수 있는 화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