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이스트윙






1800년 미국 워싱턴DC에 백악관이 들어섰다. 완공 당시에는 관저와 집무 공간이 하나의 건물에 혼재돼 있었다. 반면 현재의 백악관은 중앙 관저(Executive Residence)를 가운데 두고 1902년 처음 들어선 서쪽 별관과 1942년 지어진 동쪽 별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동쪽 별관을 이스트윙(East Wing), 서쪽 별관을 웨스트윙(West Wing)이라고 부른다. 웨스트윙이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을 둔 국정 운영 공간인 데 비해 이스트윙은 영부인 집무실을 둔 친교·의전 기능 중심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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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스트윙은 유사시 대통령의 피난·지휘용 지하 벙커인 ‘대통령비상작전센터’를 가릴 목적으로 그 상부에 지어졌다. 그 뒤 1977년에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가 이스트윙에 공식 집무실을 마련하면서 영부인의 공간이 됐다. 이스트윙은 웨스트윙에 못지않은 정치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에서부터 미셸 오바마, 현재의 질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부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대신 맏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가 사실상 영부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스트윙에 입성했다.

요즘 미국의 대선 레이스가 가열되면서 이스트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참패한 후에도 부인 질 여사와 그 측근들이 바이든의 대선 완주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질 여사를 중심으로 한 이스트윙의 인맥들이 여론을 외면하고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스트윙의 과도한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최고 지도자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려면 가족·측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현장에서 국민과 적극 소통하면서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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