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솔선수법] "연예기획사 연결 미끼 등 성인 대상 간음도 늘어…입법적 대처 필요"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

■김상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김상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김상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의 메신저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성착취 사건인 소위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었다. 해당 사건은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한 디지털 그루밍, 즉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여 피해자를 유인하고 길들여, 성착취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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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주동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은 이유 중에는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이었다. 성범죄 피해자가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의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미성년자를 간음할 경우 처벌하는 등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처벌 규정이 다양한 행위 태양별로 비교적 충분히 제정돼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이제 막 성인이 된 대학교에 입학한 많은 학생들이 연예계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연얘기획사 관계자를 자칭하며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를 통해 기획사를 연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획사를 연결시켜줄 의사가 아니라 연예계에 데뷔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본인의 요구를 잘 따르면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주겠다고 하면서 디지털그루밍 방식을 통해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상담했던 사건은 신체 사이즈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옷을 벗게 하여 사진을 촬영하여 보내게 하고 연예기획사에 연결시켜 주겠다고 말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사안이었다. 이 같은 경우, 피해자가 동의 하에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이를 유포하지 않으면 처벌이 되지 않고, 가해자가 연예계에 데뷔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기 때문에 설령 그 말에 속아 성관계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속아서 재산을 처분할 경우 사기죄로 벌할 수 있고 피해자가 성인인지, 미성년인지 구분하지 않는데, 누군가로부터 속아서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성년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n번방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그루밍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위계로 성인을 간음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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