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철학, 대표팀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홍명보 감독이 적임자였습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여덟 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K리그와 연령별 대표팀 감독으로 보여준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다.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홍 감독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자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 이사가 홍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 3인으로 추려진 외국인 감독 2명을 유럽에서 만나고 돌아온 후 상황이 반전됐다. 차기 감독으로 홍 감독을 낙점한 이 이사는 5일 오후 11시 홍 감독의 자택 앞에서 그를 만나 설득했고 결국 감독직 수락을 받아냈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설득하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2027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설득한 것이다. 또한 홍 감독의 전술 보완을 위해 유럽 출신의 코치를 적어도 2명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연봉도 외국인 감독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
하지만 홍 감독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든 건 한국 축구에 대한 ‘책임’이었다. 이 이사는 “왜 홍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지 말했다.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을 확보해서 축구협회 철학과 경기 모델을 확립하는 작업을 홍 감독이 이끌어달라고 몇 차례 부탁했다”고 밝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부임과 함께 외국인 사령탑 시대로 돌아갔던 한국 축구는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됐다. 아직 내정자 신분인 홍 감독은 축구협회 이사회의 추인을 받게 되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다. 9월 시작될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팀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