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9일 첫 TV 토론회에서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씹음)’ 논란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토론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한동훈 후보의 읽씹 논란에 가장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친 사람은 나경원 후보였다. 나 후보는 “문자 원문을 보면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한 후보를 향해 “이를 당무 개입, 국정농단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따졌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공개적인 지적을 한 상태였고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여사가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윤상현 후보도 김 여사 문자와 관련한 한 후보의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며 “피의자가 그렇게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 바로 때려버린다”고 직격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말을 바꿨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그 상황에서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된다. 더 심각한 악몽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간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부각해왔던 원희룡 후보는 “정책·비전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문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 후보를 향해 “집권 여당이 국민 삶의 어려움을 먼저 챙기고 해법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물가 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알려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네거티브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하신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인터뷰에서 한동훈이 가장 가까운 가족·인척과 공천 논의를 했다고 하셨고, 구체적으로 조금 있다가 밝히겠다고 했는데 어떤 가족을 말씀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원 후보가 “선관위가 다툼을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시작해달라고 했다”며 답변을 거부하자 한 후보는 “먼저 거짓말을 해놓고 중단하는 것은 이야기가 안 된다”며 “누구인지 말씀을 못 하고 근거가 없으면 여기서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이날 ‘김 여사가 사과했다면 총선 결과는 달라졌을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네 후보 모두 ‘O’ 팻말을 택했지만 입장은 갈렸다. 한 후보는 “여러 사안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중 하나가 이 사안”이라며 “그것을 바로잡으려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나 후보는 “김 여사의 사과는 후보 모두가 간절히 원했던 한마디”라며 “여사 문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 허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