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불모지' 개척 나선 K스타트업…유럽에 태극기 꽂는다 [스타트업 스트리트]

영상스트리밍·위조감별·자율주행시뮬레이션 등

현지 수요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 활약세 주목

'SaaS 강국' 美 대비 해외 진출 승산 높아

카테노이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환경에서 고화질 동영상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제공=카테노이드카테노이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환경에서 고화질 동영상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제공=카테노이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불모지’로 여겨졌던 유럽 시장에도 스타트업들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문화 장벽이 비교적 낮은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러한 추세가 눈에 띈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에 비해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유럽 진출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테노이드는 올해 5월 스페인의 비디오 스트리밍 스타트업인 히스플레이어(HISPlayer)를 인수하며 유럽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 회사는 고객사가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쉽게 동영상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게임·메타버스와 같은 3D 환경에서 고화질 영상이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현지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는 “확장현실(XR) 기술은 온라인 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며 “히스플레이어와의 결합을 통해 기존 PC, 모바일은 물론 새롭게 등장한 XR 환경에 비디오 콘텐츠를 쉽게 접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패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마크비전은 파리 오피스를 통해 루이비통, 크리스챤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HM)와 협력 중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약 1500개의 e커머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게시된 상품과 실제 정품 이미지를 대조하고 위조품을 찾아낸다. 95% 이상의 정확도로 위조 명품을 모니터링해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상용화한 모라이는 유럽연합(EU) 최대 연구개발(R&D)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환경에서 다양한 자율주행 시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스타트업 중 호라이즌 유럽에 합류하는 곳은 모라이가 유일하다. 모라이는 유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독일에 법인을 세우고 지사장으로 현지 모빌리티 전문가를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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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실리콘밸리 기반 유니콘 스타트업인 몰로코는 영국 및 독일 지사를 통해 AI 기반 광고 솔루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사가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유럽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애그테크 유니콘 스타트업인 트릿지는 이탈리아의 수출진흥 담당 정부기관인 ITA(Italian Trade Agency)에 데이터 기반 마켓플레이스 솔루션 공급 계약을 지난 5월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지 농식품 기업들이 트릿지 이탈리아관에 입점해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유럽을 택하는 것은 시장 규모가 크면서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형석 대표는 “인구 수나 기업 수 측면에서 유럽은 미국만큼 거대한 시장이지만 미국만큼 소프트웨어가 발전하지는 않았다”며 “유럽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경쟁하고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유럽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6억9000만달러(약 86조8131억 원)에서 2028년 950억8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여전히 일본, 중동, 동남아가 주된 해외 진출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특정 국가와 시장에 부합하는 버티컬 SaaS를 공급하는 스타트업이 유럽으로 나아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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