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최상목 “소상공인 원리금 상환액 2.5배 증가…빚 굴레에서 고민”

소상공인 대책, 매출지원보다 대출부담 완화로

“가계부채, 韓 리스크 중 하나…연착륙이 목표”

최상목(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재현 기자최상목(앞줄 왼쪽 다섯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재현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소상공인들이 빚의 굴레에서 고민하고 있다. 소상공인 부채가 최근 몇년 사이 400~500조 원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매출부족보다 과도한 부채가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이므로 이를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정책자금 대출의 상환연장기간을 확대하고 대환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학회 정책 심포지엄에서 ‘역동경제로 서민중산층시대 구현’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전통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코로나19 기간 이자가 싸서 너무 대출을 많이 냈다고 하더라”며 “실제로 2019년과 2024년을 비교해보면 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부담이 2.5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부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소상공인의 매출은 회복했지만 부채 규모가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소상공인의 체감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지금은 코로나19 당시처럼 매출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식의 정책을 펼칠 때가 아니다”라며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3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이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 역시 이같은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정책자금 상환 연장 지원 대상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상환 연장 기간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상환 연장시 적용되는 금리도 ‘정책자금금리+0.6%포인트’에서 ‘기존이용금리+0.2%포인트’로 개선된다.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부 대출을 활용하는 소상공인 대출 상환 기간 연장에 쓰기 위해 5조 원 규모의 전환보증도 신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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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대환대출 프로그램 지원 요건도 크게 완화된다. 지원 자격을 NCB 개인신용평점 839점 이하에서 919점 이하로 넓히고 올해 7월 3일 이전에 발생한 대출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같은 금융지원 방식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총 비용(25조 원)의 96%에 해당하는 24조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연착륙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데도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자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리스크 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소상공인 대책이나 저출생 대책은 각자의 목적이 있다. 모두 다 필요한 정책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에서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오히려 줄고 있다. (현재 상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과 건전재정 기조를 함께 운용하는 것에 대해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증세는 효과적이지 않다”며 “증세하면 당장 세수는 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수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증세를 통한 재정 안정화에는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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