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구 감소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제언이 나왔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년 제도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연공서열제, 차별에 대한 불충분한 보호가 결합돼 아이를 낳는 데 지불해야 할 경력상 대가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코엔 실장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것이 함축하는 것은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의 3배로, 조부모 세대는 9배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저출생 부문에서 세계 챔피언”이라며 “이는 노동생산성은 물론이고 공공 재정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이날 발간한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인구가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약 58%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출산율이 회복돼도 노동력 감소는 지속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출산율이 당장 높아진다고 해도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30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코엔 실장은 “출산율이 증가해도 고령화는 향후 수십 년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OECD는 노동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먼저 젊은 층의 원활한 취업을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말미암아 스펙 쌓기 경쟁이 심화하고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OECD는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OECD는 “기업별 정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직무급제를 바탕으로 유연한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명예퇴직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엄격히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보조금 지원책을 시장 실패가 예상되는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OECD는 “대·중소기업과 제조·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가 발생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내수 경제의 약한 경쟁이 영향을 줬다”며 “1600여 개의 보조금을 비롯해 많은 정책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이번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올 5월 2.2%에서 2.6%로 0.4%포인트 올려 잡은 것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로 제시했다. 이는 올 5월 예상(2.6%)보다 0.1%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OECD는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확인되면 올 하반기부터는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