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인수했다. 손 회장이 인공지능(AI)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내며 투자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소프트뱅크 산하에 있는 암(ARM)과의 시너지 효과도 점쳐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래프코어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나이절 툰은 “차세대 AI 컴퓨팅을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뱅크그룹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소프트뱅크 캐피털벤처(VC) 자금인 비전펀드가 아니라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판단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프코어는 2016년 영국의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그래프코어의 지능처리장치(IPU)는 AI 애플리케이션의 특수 사양에 맞게 설계된다. 이 때문에 현재 고성능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의 재정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회사의 2022년 매출은 270만 달러 수준이며 세전 손실은 2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금액은 6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진다. 그래프코어가 VC에서 조달한 7억 달러보다 적은 수준이다. 2020년 그래프코어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툰 CEO는 현재 그래프코어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와 자금 부족이라면서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AMD를 상대할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향후 그래프코어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중국의 기술기업 바이두 등과 협력 관계를 가졌지만 향후 중국 시장에서는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ARM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ARM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한 회사다. AI 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시장의 큰 관심이 받고 있다. 툰 CEO는 ARM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소프트뱅크 가족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