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종교단체 헌금 권유 행위가 사회 통념에서 벗어나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고재판소는 60대 여성이 2021년 사망한 모친이 생전에 거액을 가정연합에 헌금했다며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의 모친은 과거 가정연합 신자로, 2005∼2010년에 남편 명의 금융상품을 해약하고 토지를 매각해 가정연합에 1억엔(약 8억6000만원)이 넘는 헌금을 냈다.
이 모친은 86세가 된 2015년 11월 "교단 측에 돈을 돌려 달라고 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 이후 7개월 뒤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은 각서에 효력이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 여성이 패소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는 해당 각서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는 헌법이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약하기에 유효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 경위, 합의 대상이 된 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질서, 좋은 풍속에 반하는 경우는 무효"라며 각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헌금 권유 위법성에 대해서도 기부자의 적절한 판단을 방해한 사정이 있는지, 헌금으로 생활에 지장이 생겼는지 등을 두루 고려해 통념에 어긋나면 위법이라고 밝혔다.
최고재판소는 헌금에 위법성이 없다고 본 2심 법원이 해당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기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도쿄고등재판소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