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은 미국에서 1981년 이후 43년 만에 벌어진 전·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암살 미수 사건으로 기록됐다. 최근 전 세계적인 정치 양극화 현상으로 거물급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암살 시도가 잇따르면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피습 등 암살 시도가 이어졌다. 13일(현지 시간)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과 가장 유사한 사건으로는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이 꼽힌다. 1912년 3월 선거운동 중이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았지만 방탄복을 입고 있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사건 이후에도 예정된 90분의 연설을 모두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와 치료를 받았다.
가깝게는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재임 당시인 1981년 워싱턴 시내에서 정신질환자가 쏜 총탄을 가슴에 맞았으나 응급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뒤 제38대 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는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와 정신병력이 있는 가정주부의 두 차례 암살 시도로 피해를 당했다.
미국에서는 정치 테러로 목숨을 잃은 역대 대통령도 총 4명에 달한다. 1865년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워싱턴DC의 한 극장에서 남부 출신의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후 1881년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와 1901년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가 각각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 중 총격으로 사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암살되는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주로 선거를 앞두고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분위기에 따라 발생해왔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도 전·현직 정상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2022년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총상에 의한 과다 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2021년 7월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의 총탄에 살해됐고,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올 5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던 중 총격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