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인도 출장 이재용, 13년 만에 '승부근성·절박함' 외친 이유는 [Biz-플러스]

■격전지 印서 혁신 속도전

뭄바이 사업장 현장 살피고

선대회장 '도전정신' 되새겨

印서 미래 먹거리 발굴 의지

암바니家 호화 결혼식 참석

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3일(현지 시간)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치열한 승부 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 최대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으며 1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도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중국의 뒤를 잇는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과 달리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40%를 넘길 정도로 청년층이 많고 최근 1인당 소득도 증가하면서 스마트폰·가전 등에서 핵심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기에 이공계 우수 인재도 많아 삼성 입장에서 절대 내줄 수 없는 시장이다. 이 회장이 현지 임직원들에게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승부 근성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 회장이 이번 발언을 통해 치열한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주요 사업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우회적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 출장 때도 현지 임직원들에게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며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에는 기술적 초격차를 강조하는 현장 발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요구하는 발언들이 늘어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깜짝 분기 실적을 내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상 첫 파업이 벌어지고 일부 제품에서 격차 회복이 지연되는 등 내부적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3년만에 '위닝 DNA' 외친 이재용…인도 1위 굳힌다


이재용(뒷줄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뒷줄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님은 개인 일이든, 회사 일이든 지고는 못 배기는 DNA를 갖고 있는 분입니다.”

2011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을 방문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새해를 맞아 이건희 회장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도전 정신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회장님을 따라잡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 경영에서 ‘승부 근성’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설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4년 이재용 회장이 글로벌 경영 현장의 선두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승부 근성과 절박함을 강조했다. 삼성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쟁 심화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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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업 측면에서 인도는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으로 볼 수 있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잠재 성장력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올해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를 기록했다. 그만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여지도 많다는 뜻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전략 담당 임원은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인도가 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도 없이 기업의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삼성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인도에 공을 들여왔다. 1995년 인도에 첫 진출한 뒤 30여 년간 꾸준히 투자를 거듭해 현재는 인도 최대 전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부터 모바일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노이다 공장은 2018년 신공장 추가 준공으로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생산 거점이 됐다. 현지 임직원 수는 1만 8000여 명, 삼성 제품을 직영으로 판매하는 소매점과 AS센터는 각각 20만 곳과 3000곳에 달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의 기반인 인재 수급의 중추 기능도 하고 있다. 인도는 초중고에서 코딩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며 미국·중국과 함께 3대 정보기술(IT) 인재 시장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델리 인도공과대, KLE기술대 등 주요 이공계 대학과 산학 협력을 진행하며 연구소 규모를 키워왔다. 해당 연구소는 현지 제품 개발뿐 아니라 한국 본사와도 긴밀하게 협업해 주요 제품 로드맵에 관여한다. 일례로 벵갈루루 연구소는 6억 명이 사용하는 인도 대표 언어 ‘힌디어’를 갤럭시 AI에 접목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13일(현지 시간)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티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해 하객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웨이보 캡처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13일(현지 시간)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티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해 하객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웨이보 캡처


이번 출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의미도 갖는다. 이 회장이 13일 참석한 암바니가 결혼식은 단순히 결혼식 이상의 네트워킹 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결혼식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최고경영자(CEO), 마크 터커 HSBC 회장, 아민 나시르 아람코 CEO 등 주요 기업인부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삼성이 릴라이언스그룹의 통신 자회사인 지오에 2012년부터 4세대(4G) 네트워크 장비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고 2022년에는 5세대(5G)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만큼 네트워크 협력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인도는 무선통신 가입자 수 11억 명으로 세계 2위 시장이다.

앞서 이 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빅테크 수장들과 잇따라 교류하며 미래 기술 트렌드를 공유했다.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호아킨 두아토 J&J CEO, 조반니 카포리오 BMS CEO 등 글로벌 바이오 시장 리더들과도 지속적으로 만나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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