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임신한 상태로 탈북한 여성이 조산으로 미숙아를 출산하며 또 한 번 어려움을 겪는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도움을 손길을 건넨 곳이 있다. 바로 가천대 길병원이다.
김수연(가명·37)씨는 지난해 10월 탈북해 탈북민지원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다가 11월 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예상치 못한 임신 사실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탈북 과정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낸 생명은 그가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김 씨는 출산예정일을 한 달 여나 앞둔 지난 6월 3일 밤 11시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출산을 위해 거주지인 부천 인근의 병원을 방문했지만 야간인데다 임신당뇨가 있는 고위험산모의 미숙아 쌍둥이를 신속히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씨는 결국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4일 오전에서야 가천대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산부인과 김석영 교수의 집도로 1.68㎏, 1.64㎏의 딸 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산모는 나흘 만에 퇴원했고, 임신 33주 차에 태어난 쌍둥이들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다음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김 씨는 지난 4월 탈북민 정착 지원시설(하나원)에서 퇴소해 부천시에 거처를 마련했다. 한국 국민 자격을 취득해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앞으로 양육과 교육, 생계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한국에 다른 가족이 전혀 없어 혼자서 쌍둥이를 길러내야 하기에 일자리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가 평소 교류하고 지내던 탈북민을 돕는 선교사를 통해 통일부와 가천대 길병원,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과거 ‘네 쌍둥이’ 출산 당시에도 각별한 사랑을 보였던 이 총장은 지난 11일 쌍둥이가 입원 중인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직접 찾았다. 이 총장은 “혼자 몸으로 쌍둥이를 기르려면 힘들 텐데, 앞으로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길병원으로 오라”며 산모를 격려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산모와 미숙아에 대한 국가 의료비지원 제도 외 진료비는 물론, 여성 종합건강검진권을 산모에게 전달했다. 또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진료비 일부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된 여정 끝에 마침내 한국에 온 세 모녀가 희망을 품고 사회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따뜻하게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7월 14일은 정부가 제정한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탈북민들의 포용과 정착지원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념한 날로, 올해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은 약 3만4000명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중 70~80%는 여성들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탈북민들이 건강보험료, 주택임대료, 통신비 등을 체납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여성 탈북민의 경우 경제적 문제는 물론 양육의 어려움도 상당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