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정책 후퇴로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세론에 가장 민감한 곳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효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한 배터리 산업이다.
배터리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뒤 현재 투자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보조금이 없어지거나 각종 인센티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IRA상 각종 보조금 등에 대해 “완전히 폐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세금 인센티브를 겨냥한 표적 삭감이 있을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이미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인 메타플랜트에서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하이브리드차도 병행 생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해외 공장의 일부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최대 태양광 모듈 업체로 올라서면서 IRA를 통한 세액공제 규모가 연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관련 금융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미중 갈등 지속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기조 변화가 덜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인공지능(AI) 활용 첨단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디지털 서비스 등 분야에서 중국 배제 움직임 강화로 미국 내수 시장이 추가로 열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급속도로 되살아난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444억 달러로 1년 사이 58.6%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확대 등을 우리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실행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총격 사건 발생으로 이번 주 투심이 채권·금 등 안전자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가 2900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