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레암 해군기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17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암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항구였다. 하지만 1970년대 영국 해군의 지원으로 연안 순찰 경비정이 정박할 수 있는 기지가 만들어지면서 군항으로 탈바꿈했다. 2000년대 들어 캄보디아 정부가 이곳에서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에 돌입하자 중국이 적극 지원에 나섰다. 2019년에는 중국 정부가 30년간 레암 해군기지의 3분의 1가량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10년 단위로 갱신하는 비밀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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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0년부터 진행된 항구 일대 준설 작업 및 기지 확장 공사에 수억 달러의 자금과 건설 기술을 제공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말 기지 확장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중국이 레암 해군기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레암항은 세계 주요 해상 교역로인 믈라카해협 통로에 위치해 있다. 또 동쪽에 남중국해가 자리하고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레암 해군기지가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된 중국의 첫 해외 해군기지와 닮은 꼴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레암 기지에도 지부티 기지와 마찬가지로 해안에서 바다로 수백 m 이상 뻗어 나온 길고 가느다란 연결 도로 끝에 약 335m 길이의 부두가 오른쪽으로 약 45도 각도로 꺾여서 붙어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이 기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지 인근에는 대형 폭격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도 들어섰다. 뉴욕타임스는 “레암 기지가 중국 해군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맞춤식으로 건설됐다”며 “중국의 제2 해외 해군기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레암 해군기지를 미국의 믈라카해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가 중국의 팽창주의 위협에 휘둘리지 않고 안전한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려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자체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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