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각투자 상품 발생 수익에 일률적으로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조각투자에 명확한 과세 기준이 없었던 만큼 세법상 제도 공백을 메우려는 취지다. 이 경우 현재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내왔던 미술품 조각투자자들은 세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조각투자 상품에서 나오는 이익을 배당소득으로 보고 이를 세법 개정안에 담을지 검토하고 있다. 조각투자는 투자 대상을 피자 조각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미술품·부동산·한우·명품 등의 조각투자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조각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어떤 세목으로 과세해야 하는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조각투자 방식의 상품이어도 과세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코리아와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업체인 뮤직카우는 자사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계산했다. 열매컴퍼니 같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들은 환매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겼다.
이번에 배당소득세로 가닥을 잡은 것은 과거 기재부가 카사코리아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을 배당소득으로 해석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관성 측면에서 다른 조각투자도 배당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 측면에선 맞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양도소득으로 볼 경우 투자자가 직접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 등 납세협력비용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카사코리아나 뮤직카우처럼 기존에도 배당소득으로 투자 수익을 간주했던 플랫폼 업체들의 경우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술품 조각투자자들이다. 현재 미술 조각투자 상품의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이면 세금이 없고 이상이면 80~90%를 공제한 뒤 기타소득세(22%)를 부과한다. 기초 상품인 미술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배당소득세(15.4%)로 전환하면 6000만 원 미만도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합쳐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미술품과 미술품 조각투자 사이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각투자 상품(배당소득세)의 세 부담이 기초 상품인 미술품(기타소득세)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에 대한 배당소득이 종합 과세된다면 기타소득세보다 세금 부담이 크게 높아져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투자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술품 한 점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는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조각투자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일반 대중에겐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